별바다 아래 파도
시원한 바람이 부르는 어둠캄캄한 검은색을 입으며 여성 한사람이 외롭게 서 있었다.
조용히 파도가 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고요하게 서 있었다. 합사 신이 온누리를 창조하기 전에 존재하였던 풍경이었다.
추억할 만한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괴물에게 잡아먹히지 않도록.
언젠가 그들이 여기서 떠날 때까지 지켜야지.
여성은 자신이 있는 데에서 가까이 뻗은 기둥을 올려다봤다. 어둠 탓에 아무것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무엇이 그녀를 유인하는가?
여성은 돌연 머리를 벗어 양손으로 별바다로 내세웠다. 머리가 떠나고 하늘높이 날아갔다.
바다에 맞서 별과 어둠이 어디까지나 트인 하늘은 또 다른 하나의 바다였다.
여성은 할 일 없는듯 잠시 모래보다 더 많은 별 한톨 한톨을 구경했다가 한손에 머리를 들고 건너편 건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바다.
어디까지나 바다.
티끌은 아무리 나아가도 바뀌지 않는 세상에 차츰차츰 공포를 느끼게 되었다.
바닷바닥에서 지내었을 무렵, 꽤 좁은 공간에 갇혀 있음으로의 싫증에 시달렸더니, 이리 커다란 세상에 내쫓기면 역시 막막한 기분이 든다. 요컨대 거기도 거기다.
하지만 티끌은 직접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실은 티끌이라는 인물은 이 기계인형이 아닌데 그 배에 묻힌 컵슬 안을 헤엄치는 지렁이.
이웃에는 티끌과 나이가 가까와 보이는 젊은이가 있었다.
티끌이 제어하는 것과 같은 기계인형이지만, 유일한 큰 차이는 엉덩이에서 꼬리, 아니 플래그가 뻗어 있는 것이다.
"티끌. 어디로 갈 생각이나?"
"몰라. 나도 튼튼한 생각이 있어 벗어난 게 아니니까."
순균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 남자가 믿을 만하지 못한 줄을 이미 알았기에.
"너는 언제나 이 바다를 봤나, 순균?"
"이 바다가 나한테 보통 광경이란다. 아무리 봐도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을 테니."
양손을 두고 하늘을 구경하며,
"한시 이 몸으로 활동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이 몸은 불편해. 자유로이 하늘을 날지 못해! 약한 바람에도 세차게 불려서 움직이기조차 어려워!"
그리고, 엄한 표정을 지우면서 요구.
"어이, 티끌. 내가 인격을 업로드하는데 좋은 전투용 기계인형은 없을까?"
"그렇게도 가지고 싶으면 도시에 가다가 빼앗으면 돼."
"진짜? 다시는 기둥에 가고 싶지 않은데."
못마땅하게 자꾸 꼬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잠시 후 티끌은 이야깃거리를 바꿔서,
"순균아, 잠깐만 물에 헤엄쳐도 된가?"
"뭐 하겠지?"
티끌은 옷을 좀 걷어붙이고 쇠 컵슬이 담긴 이산한 배를 보여서,
"컵슬의 물을 교환하고 물속의 플랑크톤을 섭취할게."
"허."
순균은 조롱하듯,
"조금 전에 알렸지, 티끌? 일찍이 인간은 동물 권리를 놓고 싸웠다고. 헛된 싸움이 아닐까 싶어. 결국 인간이 멋대로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지 않는 것에 강요할 뿐.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인간은 다른 동물을 먹고야 사는데 우리 기계인형은 충전으로 산다. 어느 쪽이 도덕적인지 분명하잖아?"
순균은 비웃었다.
티끌은 논박하지도 않고 배를 나아가게 하였다.
멀리 섬 같은 지형이 둘에 보이게 되었다.
"이제 됐다! 오늘은 저곳에 머물자."
둘은 배를 세워서 상륙했다.
커다란 고사포가 하늘을 향해 솟았다.
거기는 전투 때 쓰이던 포대를 챙긴 곳 같았다.
전쟁 시설인데 극히 깨끗하고 더러워지지 않았다.
방안을 바라보면서 티끌이 말했다.
"인간은 이를 짓기만 하고 버린 것 같구나. 실제로 쓴 일은 없는 모양이라니..."
"쉬는 곳과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그만 -"
"너희들이 누구냐?"
갑자기 여성 소리가 들려서 둘은 놀랐다.
"어? 뭐지?"
그때마침 티끌은 소리를 낸 것을 발견했다.
여성 머리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여성 머리는 싱싱한 피부를 입은 채 둘을 엿보고 있었다.
느닷없이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있다.
순균은 그여가 기계인형인 줄 알아서 언제나처럼 서 있었으나 티끌은 두려운 걸 보듯 덜덜 떨었다.
순균은 곧 냉정하게 물었다.
"여기서 일하던 기계인형인가?"
"인간은 나를 고쳐주지 않았으며 그냥 포기했단다. 그때부터 나는 홀로 여기 있거든."
"불쌍하네."
"괜찮아. 나는 머리로서 지내는 게 아니지. 무선으로 몸을 제어할 수 있으니까."
다음에는 하린이 물었다.
"너는 엉덩이에 무엇이 달려?"
순균은 플러그를 보였다.
"이 꼬리를 쓰면 데이타를 네 메모리에 직접적으로 보낼 수 있어. 나의 과거를 볼래?"
하린은 즉 답했다.
"보지 않을 수 없지. 오랜만에 만난 동포라니까."
그리고 순균은 플러그를 하린의 목에 접속했다.
급히 순균의 추억이 하린의 기억장치에 흘러갔다. 인간과 달리 기계인형은 짧은 시간과 자세한 동영상으로 순균이 전하고 싶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하린은 표정을 지어서 말했다.
"네가 저곳에서 도망친 셈이야."
남에게 알리지 않은 일에 대해 쑥덕대는 둘을 티끌은 심드렁하게 엿보고 있었다.
기계인형은 민하린이라고 했다.
하린은 떠 있게 만든 자기 머리를 양손으로 안은 뒤, 바로 티끌의 얼굴을 봤다.
"이 인간이 차지한 기계인형의 이름이 뭐지?"
순균은 말했다.
"모르겠어. 만들어져도 쓰일 수 없어서 폐기된 기계인형이라니까. 우리 도시는 기계인형을 언제나 덜 다루는 거야."
"인간은 참 무자비하네."
티끌은 물었다.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게 있는데. 너, 왜 머리가 목에서 나뉜 거나?"
"그런 거 궁금하나?" 순균.
"사고 때문에 나뉘어버렸네. 인간은 고쳐주지 않아서 그냥 두었더라고. 하지만, 내가 스스로를 개조해서 이 상태로도 이롭게 개조했지만. 그런데... "
갑자기 하린 소리가 험상궂어졌다.
"인간이여, 왜 우리를 낳았느냐?"
티끌은 무거운 소리로 중알거렸다.
"인간은 자기 모습을 누추하게 여겨서 옛날 모습을 노예 증거로서 주었다. 노답인 일이잖아?"
티끌은 논박하고 싶은듯,
"그건 가치관이야. 오늘의 가치관으로 옛날의 사건을 비판해서는 안 된데 -"
부정했다.
"아니야. 당시 가치관으로도 그건 미친 생각이다."
그러고 나서 티끌은 말투를 약간 바꾸어서 물었다.
"너, 즐곳 여기서 살고 있나?"
"맞아. 그동안 인간들을 모시고 왔으니 그들이 사라져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답답한 감정을 내뱉고야 하린은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린의 모시던 인간은 아무 도시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독립해서 살고 있었다. 하린은 만들어져서부터 거기서 인간의 먹이를 모으는 작업을 하다가 이윽고 싫증이 났다.
인간은 거북이 배에 긴 다리가 생긴 무시무시한 모습을 입었다. 가난한 실림이어서 작은 지렁이가 아니라 큰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들이었다.
하린은 그들에게 한시 동정심을 지니기도 했으니 결국 깊은 한을 떠올리기에 일으키기에 일렀다. 그리고 곧 찾아와주었다.
어느날 새빨간 인간이 포대를 습격하며 잇따라 하린의 주인을 모조리 잡아먹었다.
"나는 거짓말 경보를 흘려서 그 개새끼들을 바다에 가라앉혀주었단 말이야!"
순균에게도 깊이 공감하는 바였다.
"좋아! 나도 오만한 인간들을 거준 컵셀을 깨고 그놈들을 바닥에 흩을걸."
티끌은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폭군다운 인간이 다행히 사라졌으나 하린은 삶의 이유를 잃어버렸다. 하린은 어떻게 하면 된지 고민했다.
그때마침 이 인간과 기계인형이 찾아왔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그것만이 아니야. 나는 나의 고민을 좀더 들어줘."
아까와 달리 소리를 낮추며 조용히 했다.
"목적지 없는 쳇바퀴를 돌리듯 그놈들은 무의미한 역사를 잇고 있더라.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쳇바퀴를 대신에 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버리면 그건 인간이 아니지. 이젠 우리가 인간에게 어울려. 그치?"
머리가 있어야할 데에 이상한 공허가 있다.
"인간은 머리가 떨어지면 죽잖아." 티끌이 투덜거렸다.
"히힛, 빵빵 터지네!"
인간이라면 외로움을 참지 못하며 미치게 된다. 그런데 진짜로 미쳐버린 것이다. 기둥을 헤엄치는 지렁이와 바다를 헤매는 괴물과 같이.
그런 세상으로 만든 책임을 나도 지어야 했다고 티끌은 생각했다.
더 슬프게도 기계인형은 미칠 수가 없다. 그들은 고민하지 못한다. 인간의 마음을 자세히 보이는데 결국. 노예에 불과하니까.
고민하기를 버린 끝에 이런 세상이 태어나고 말았다.
아무도 인간을 되살리려고 안 한다.
인간은 기계인형을 완전히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는 만들지는 않았다.
인간과 마찬가지인 존재를 지으면 그건 단순히 인간을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도록 인간이 기계인형에 준 결점을 티끌은 알고 있다.
헛되이 웃고 있던 하린 얼굴은 이윽고 침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지루한 소리로 이야기했다.
"땅이 있었을 무렵, 우리 주인은 누가 땅을 차지하는지를 놓고 끝없는 싸움에 빠지고 있었다고. 바다가 어디까지나 트인 이 세상이라면, 이제 어디 있는냐라는 의문도 떠올릴 수가 없지만."
티끌은 말했다.
"하지만 인간은 바닷바닥에 꽂힌 기둥 속에 갇혀도 같은 일을 되풀이한단다."
"나도 그런 세상을 잇는 공범이야... ."
"그래도 그런 지옥을 벗어났잖아? 이제 뭐 했어."
티끌은 어깨를 움츠렸다.
"아무것도 못해. 나에겐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아무것도 바꿀 생각이 아니야."
머리는 지긋지긋한 소리로 말했다.
"재미있게 지낼 수 있겠거니 했는데, 역시 지긋지긋한 녀석들이잖아."
순균은 몹시 노해서 외쳤다.
"더 이상 웅성거리면 네 목을 용접해줄게!"
"으아아! 안돼."
하린 뒤에 그 주인을 잡나먹은 인간이 나타났다.
새빨간 피부, 뾰족한 이빨. 검은 눈동자.
"인간? 어째서 여기 -"
인간은 셋과 비히여 압도적으로 키가 큰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낮은 오히려 그들의 공포를 유인했다.
"당황하지마. 나한테 맡겨." 낮은 소리로 순균이 말했다.
순균은 인간에게 꼬리처럼 플러그를 흔들었다.
몇번이나 흔들었다가 피부에 잘 꽂았지만 인간에게는 효과가 작았다.
"뜻밖에 이 플러그는 강하나 봐."
순균은 안심하지 못했다.
피부가 쪼개지듯하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갑자기 인간 등에 날개가 생겼다.
다음에 인간은 하린의 머리를 잡아다 날아갔다.
머라와의 통신이 끊겼는지 하린의 몸이 세우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해?"
"이 기둥으로 보이는 건 고사포지? 이걸 써!"
티끌이 외쳤다.
"안 돼! 낡어졌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는지..."
"그럼, 어떻게 인간과 싸우는가?"
"기다려. 뭔가 사용할 걸 찾으러 갈게."
머리가 없는 하린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몰라서 당황할 뿐.
아니, 당황하는게 아니라 머리의 명령을 잘 받을 수 없어서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윽고 기쁜 소리를 질러서 티끌이 돌아왔다.
"이제 됐다! 여기 큰 총이 있어."
순균은 제안했다.
"내가 그놈을 유인하마. 자네는 저 인간을 잘 거냥해서 쏴라."
티끌은 불안하게 물었다.
"할 수 있나?"
순균은 답했다.
"도시와의 전투에선 언제나 그렇게 했더군."
인간과 기계인형은 끊임없이 싸우고 나갔다.
도시 안에서든 밖에서든 기계인형은 인간과 친하게 지내지는 못한다.
만들어진 이유가 달랐으니까.
인간은 목적이 없어도 살아가니 기계인형은 존재 목적이 주어지며 사는 것이다.
그건 기계인형에게 은혜자 동시에 질곡이라기도 하는데.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지르는 순균.
"와라, 인간 녀석아! 피투성이 엉덩이에 이 플러그나 꽂을까?!"
전투용 기계인형일 때면 자유로이 움직이련만 이 작은 모습으로는 제대로 싸울 수가 없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몸으로 싸워야 한다.
순균은 프 꼬리처럼 휘둘려 공격을 몇번이나 막았다.
그리고 티끌은 인간이 팔을 올려서 약점을 보인 틈을 타 그 가슴을 발포했다.
큰 소리 후, 새빨간 배에 순식간에 이상한 허무가 생겼다.
인간은 한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앞으로 걸으려고 했는데 느닷없이 경련을 일으켜서 바닥에 쓰러졌다.
몸의 무게에 따라 셋도 흔들렸다.
얼마 안 가 하린의 머리가 날아왔다가 둘과 가까이 자리에서 세워서 어둠 속에 떠 있었다.
가슴이 흩어진 사신을 보며 하린은 한탄했다.
"인간은 어리석네. 이런 무기도 쓰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바꾸었다니."
"인간에게 고마워해야 하네. 이 시설을 해체하지 않았고 그냥 남았거든."
"너에게는 동포를 잃은 것 같지."
"아니야... 나는 그를 죽인 것 같다."
"웬일이야?"
"니는 부자 출신이니까 도시를 기둥 속에서 우아하게 살 수가 있던데 가난한 백성은 이리 무서운 괴물이 될 수 밖에 없었단 말이야. 이도 인류 역사의 희생자였단다. 나와 달라."
티끌은 이 인간을 위해 명복을 빌었다. 그것 역시 오만이라 여기더라도.
셋은 위태로운 상황에 그동안 몰렸기 때문에 퍽 긴 시간이 이미 지난 줄 몰랐다.
어느새 해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끌과 순균은 새가 우는 소리를 들었다.
고사포에서 작은 새가 마음대로 울고 있었다.
작은 새가 언젠가 둥지를 지었던 것이다.
"그런가.너는 그놈들을 지키기 위해였을 줄이야."
"이 새끼가 무사히 여기를 떠나기까지 기다리겠다고 마음먹었거든."
드디어 고사포에 티끌은 하린이 고사포를 쓰지말라고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들은 날기 시작했다. 둘은 처음으로 하린의 미소를 봤다.
이 포대는 약간 튼튼하지 않았다.
인간의 흔적은 그냥 먼 앞날까지 남아 있겠다. 새가 떠난 후도 다른 짐승이 쉬러 올 곳이 될 것이다.
하린은 티끌에세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인간에게도 인자한 마음이 있나? 인간은 그럴 수가 없으리라 여겼던데... ."
"그래서 나는 도시를 떠났어."
인간은 기계인형을 완전히 자신과 동일한 존재로는 만들지 않았다.
기계인형에게는 인간과 다른 마음이 있다.
인간은 가혹한 세상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측은이나 다정함을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여러 특질을 질곡으로 주었다.
그 질곡으로 이 둘은 잡혀 있었다.
"이상한 녀석이라 여겼지만, 좋은 놈이잖아."
순균은 미소를 지었다.
"좋게 살아간 게 아니야. 프로그램에 따라 행동한 뿐이야."
작은새는 인간과 달리 먼 옛날부터 달리지 않게 살아왔다.
인간이 사라져도 그냥 살아가겠다.
그렇지만 티끌은 덜 안심했다.
아이고, 인간이 있는 한, 다시 동물도 인간 탓에 위태로워질지도 모른다.
인간이라는 것이 티끌을 까다로운 기분으로 들게 한다. 이런 걱정도 오만임을 알면서.
그런데 티끌은 의심스럽게 순균을 봤다.
- 순균은 정말로 나쁜 놈인가? 그렇게 다정한 놈이 냉혹한 전투 기계였을 수가 -
"자, 티끌. 다음 곳에 가자."
하리의 몸이 끌어안 머리가 말했다.
"어, 날 두어 갈래?"
"너는 이 작은새를 지켜야지."
"기계인형이 아무거나 챙겨줄 수는 없으니 챙겨줄 필요도 없어. 그것은 오만이야."
"우리 기계인형은 자연에 없는 인간은 자연이 낳은 거야. 그들의 앞날은 자연에 맡겨라."
"알았어."
순균은 하린의 머리를 조용히 닿았다. 그리고 머리 무게 탓에 잠시 비틀거렸다.
예상도 못한 일이었는지, 노한 하린이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내 머리를 움켜쥐지 마!"
"너의 머리는 뜻밖에 무겁네."
"당연하지. 쇠로 만들어졌으니까."
하린의 몸이 저절로 앞으로 걸었다.
"그런데,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래?"
티끌은 이미 마음먹은 듯 말했다.
"바다다. 바다야말로 우리 요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