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나는 보도교였다. 많은 보행자가 이용한 보도교.
시민이 쉽게 도로를 가로지르며 오가도록 세워진 커다란 다리다.
빛나는 금속 몸은 튼튼하고 의젓했다. 갓 지어졌을 때 나는 어렸기 때문에 크고 강한 것이 옳다고 믿기 만했다. 자신이 끝없이 누구나 필요로 하는 인프라로 여기만했다.
나는 일찍이 누구보다도 자기 존재를 자랑하더군. 하지만 괴거를 돌이키더니, 그것이 부끄러운 자랑함일 줄 몰랐던 것이다.
물론, 긴 공사 뒤 세워졌을 때부터 나는 끊임없이 사람을 이 몸 안에 받아들였네. 강하게 추억에 남은 이들의 이야기라면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어느 날, 떳떳하게 자라난 어른 두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 나타났다.
길을 다니는 중 불쑥 멈췄다.
둘은 창문으로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때? 잘 지내는가?"
"네, 잘 지내요."
한 사람은 조금 늙어 봤고 또 다른 하나는 더 젊어서 힘으로 찼다.
그래도 정말 친하게 둘은 서로 말을 걸고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을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는데요."
"다행이야. 자네가 고생을 이겨 살아 있는 게 나의 행복이야."
이야기 내내 젊은이는 편안한 표정으로 말을 잇고 있었다. 자동차와 신호등 소리가 줄곳 울리던데, 두 사람 사이에는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오순도순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끝에 남자가 나간 후, 잠시 젊은이는 거기 선 채 남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고요히 그 낯을 엿보더니 그동안 괜찮은 척하던 남자의 얼굴이 천천이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가 홀로 조용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
또 어느 날은 풋풋한 남자애가 나를 지냈다. 오순도순 자기 앞날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이좋게 있었다.
다른 남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풍경은 청춘라는 것 같다. 인간은 반드시 청춘을 겪기 마련이라고.
나에게는 청춘이 있던가? 여기서 머물며 하나도 움직이지 않는 나는 청춘을 경험할 있었는가?
모르겠어. 하지만, 왠가 그들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는 것 같단 말이다.
좋은 추억만 있던 것이 아니다. 싫은 놈이 갑자기 빈 캔 등을 내던지고 그냥 가버린 적도 있다. 이 엄청나게 장중한 몸이 손상시켜서 나는 사납게 화를 냈더니, 움직이지 못히기 때문에 아무 저항도 못했다.
다행이 내가 아름다움을 유자하도록 섬겨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고생만 본 것도 아닌데.
이렇게 나는 인간다운 마음을 얻게 되었다. 거기서 있는 존재로서 섞은 것이다.
저 나날이 언제까지나 이어졌으면 좋겠지만... .
이 눈으로 인간의 아름다움도 어리석음도 죄다 보던 것이다.
눈물, 청춘, 싸움, 낙서, ... 나는 여러 감정을 겪고 자신도 여려 감정을 지니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을 들려 밟힌 뒤, 나는 늙어버렸다. 흠이 나고 녹이 생겨서 초라해진 몸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일찍이 거리를 비쳤던 영광도 어딘가 가버렸다.
행정 당국은 다양한 의론을 겪은 후 나를 해체하기로 저했다.
나는 새파란 방수 커버에 덮여 수많은 중기와 작업원이 모이다가 나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는 이제는 커다란 다리가 아니고 초라한 잔해에 불과하다.
난 처음에 서러웠지만 끝내 운명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내 몸이 여려 조각으로 나뉘어 한복판에 늘어서 있다. 내 육체 일부는 새로이 인프라를 만들 재료가 되어 일부는 매립장에 갈 것이다. 그건 피하지 못하는 일이다.
낡은 자가 사라지지 않으면 새로운 자도 사라져버리니까. 나는 이미 사라져야 하는 존재다. 그런 꼬락서니니까 나는 남에게 잊어버려 마땅하다.
그렇다 치더라도... .
나는 어떤 일생을 보냈을까? 주민은 모두 내가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여기더라고. 나한테 고마워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더라고. 내가 가버릴 때조차 나에게 이별의 인사를 아무도 안 보냈다.
그래도 나는 싫은 기분이 안 든다. 사람과 함께 살아간 것은 행복이었다.
그들의 호흡을 느껴, 그들의 목소리를 느껴, 그들의 발자국을 느꼈다.
나는 살았다. 그리고 운명이 주어준 길을 끝까지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