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와 하늘정원
"아케호시 요나. 자세한 건 생략할게."
오늘 이 학교에서의 1일차를 맞이한 나, 아케호시 요나. 계속 시골에서 살다가 도쿄로 와서 그런지 이 학교가 SF 소설에 나올 법한 건물처럼 보였다. 예전 학교에는 시청각실같은 것도 없었는데.
내가 배정받은 자리는 여기서 눈에 띄는 하얀 머리 여자아이의 대각선 앞 자리. 제대로 된 이유는 모르지만 약간 신경쓰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일단 상관하지 말기로 했다.
"예전엔 어디 살았어?"
"공책에 적는 거 뭐야?"
"혹시 애니 좋아해?"
쉬는 시간, 친구들이 내 자리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아이들은 하나같이 내가 공책에 쓰는 내용을 구경하거나 나한테 쓸데없는 질문을 하기 바빴다. 쟤네들은 어떤 이유로 이런 정보를 수집하려는지, 그걸로 뭘 하려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이런 거 알아서 뭐 하려고? 그냥 붙어다니다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되는 부분인데.
"난 나츠카 히카리야. 요나라고 했지? 잘 부탁해."
...그 아이다. 이름이 히카리였구나. 가까이서 보니, 처음 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히카리는 뭐 하는 애일까?
"...아, 응. 잘 부탁해."
얼떨결에 이렇게 대답해버렸다. 무의식 중에 그런 말이 나왔다. 만약 내가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었다 해도 그 기운에 압도당해서 그런 말이 나왔을 것 같았다.
***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집. 오늘 두 번째로 맞이하는 풍경이다.
어제 집 창고를 정리하다가 이상한 문을 발견했는데, 그 문 너머의 풍경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제는 그냥 문 너머 풍경만 구경했으니까 오늘은 멀리 있는 백색의 성까지 가 볼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문 너머 바로 보이는 그 「하늘정원」의 풍경은 어제 봤던 대로, 수많은 공중섬과 덩그러니 하나 놓여있는 벤치였다. 그 뒤로 흔들다리가 쭉 늘어져있는 것까지 어제와 똑같았다.
나무로 된 흔들다리를 밟고 앞으로 쭉 나아갔다. 그렇게 도착한 성은 멀리서 봤을 때보다 훨씬 웅장했다. 폐허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느낌을 주는 것. 분명히 단순한 장소가 아닐 것이라고 믿었다. 성 내부 1층부터 테이블과 의자같은 사물들이 중력을 아예 거슬러서 떠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럴 만도 했다. 사물들을 헤집고 다니며 천장을 떠다니는 보석 무리에 껴있던 보석 중 하나를 곤충 잡듯이 하나 잡아봤다. 17년 인생을 살면서 그렇게 영롱하고 투명한 보석을 본 적은 이게 처음일 것이다. 그런 모습에 빠져 넋 놓고 바라보던 중, 저 멀리 보인 건 끝부분이 살짝 웨이브진 하얀 머리 소...녀?
"...네가 왜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