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구름 하나도 없는 새파란 하늘.
지옥의 불꽃으로 탄 끝에 다갈색하게 초라해진 땅.
어느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2056년 일본
욱일기를 배경으로 한 어두운 방 속에 군복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책을 읽으면서 작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가까이 또 다른 한 사람. 남자의 괴롭게 빛나는 눈치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본다.
이 남자는 일의 성과를 보고하러 온 것이다. 근데, 사령관은──맞는다, 책을 읽는 남자는 그 사람의 상관이자 사령관이다── 아직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알아채도 있다. 사령관님은 자기 정의를 확인하려 부른 것이다.
처음으로 입을 연 사람은 사령관이었다.
"봄은 아침노을. 이건 무슨 뜻인가?"
사령관은 책에 눈을 향한 채 물었다.
부관은 대답했다.
"마쿠라노소우시의 모두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칭찬하는 말입니다."
"아니야, <다 죽이라>는 뜻이다. 너는 문학을 배웠는데 몰랐던가?"
사령관은 자기 말에 아무런 의심도 지니지 않는 것 같다. 악의는 정말로 없었다.
모리모토는 먼 옛날 작가를 꿈꾸었기 때문에 고전문학 제목 따위 허다히 알고 있었다. 근데, 주위 백성은 그게 왜 쓸모있느냐 하며 비웃어왔지만.
사령관은 다시 고요한 소리로 물었다.
"계획은 문제없느냐?"
"예, 사령관님. 다 순조롭습니다. 그런데요..."
부관은 잠시 망설인 후 낮은 소리로 말했다.
"피폭한 도시의 부흥은 아직도 시작되지 않고, 전쟁이 마무리된 줄도 몰라서 백성은 겁이 나고 있습니다."
불가능하다. 이미 그걸 도모하는 정치인이 없으니까. 저 사건 때 전부 죽어버렸다.
"걱정마, 모리모토. 우리 욱일군은 영원히 일본을 다시린다. 우리도 우리나라도 결코 사라지지 않겠다."
사령관, 아니, 이시하라 준스케, 이 나라의 임금은 고요하게 웃었다. 약한 웃음을.
실제 연령보다 훨씬 더 낡고 초라해진 병인 같은 산낯. 이 나라를 위협하는 여러 적을 하도 미워한 탓에 누군가를 착하게 굿는 자아도 이성도 사라진 것 같다.
이렇게도 한심한 사람이었을 수가.
모리모토 야수오는 상관의 옛날 모습을 떠올려고 했다.
무너진 거리에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으며 부흥하려고 노력한 흔적도 없었다. 때때로 처참하게도 숯처럼 바뀐 시신이 죽은 모습을 그냥 남겨 있었다.
인간은 그걸 봐도 다시는 화를 내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런 건 이미 아무래도 좋았으니까.
도쿄가 핵폭탄 때문에 쓰러진 후 수도는 서쪽 타치카와로 옮겼는데 지옥으로의 사자가 여기도 찾을려고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바로 여기도 지옥이 되겠다. 그런 절망이 일본 전토를 덮어 있었다. 그래서 모두가 취해버린다.
애국심이라는 극약으로써.
오늘 일본에선 죽음에 대한 말을 듣지 못하는 날은 없다.
<피로 가득한 한달>부터 일부 인간은 하도 적을 미워해서 어떤 나라의 사람을 닥치는대로 죽였다.
사랑하는 가족이나 찬구를 잃은 이가 그들을 죽인 나라의 사람 앞에 고요하게 있을까?
준스케가 시행한 매국분자배제법(賣國分子排除法)도 선량했던 사람들을 살육에 데리고 가게 되었다.
시민은 이 법률이 뽑은 자를 죽여야 하고 그 명령을 마다한 사람도 배제 대상이 된다.
벌써 혹시 이 법률로 희생된 사람 편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이미 전쟁은 끝났는데,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수많은 사람이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준스케의 마음은 전혀 편안해 보이지 못했다.
모리모토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언제나 진짜 편안함은 찾아오는지?
그리고 소름이 끼친다.
한 사람밖에 없어질 때까지?
갑자기 서둘러 한 사람의 병사가 들어오다 말했다.
"사령관님!"
모리모토는 이미 그 사람의 운명을 알아맞혔다.
"항의 데모가 시청사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 온 난민 배를 포격한 것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철나에,
"총격해라."
병사는 당황하게,
"아, 안 됩니다!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아무도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아이도 있죠!"
얼마 후, 준스케는 악마의 표정으로 병사를 째려봤다.
"...오오타 3위을 처형해라."
급히 남자들이 모여서 재빨리 병사 몸을 잡았다. 병사는 그래도 시도했다.
"이상을 잊어버렸을까요?! 당신은 일본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카네키 통합막료장님을 따라간 게 아닙니까?!"
그랬더니 욱한 준스케는, 인간 같은 괴물이었다.
"닥쳐, 매국분자 녀석아! 나는 나라다. 나라를 거스를까?!"
"사령관님, 당신에게 사람의 마음은..."
모리모토에게 말 끝은 들리지 못했다.
옛날은 모리모토도 이 남자와 같이 선비였단 말이다. 그랬더니 너무나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봐온 탓에 짧은 시간 속에 마른 나무처럼 초췌해버렸다.
병사들이 사라진 뒤로, 이시하라는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일본에 일본인만이 있으면 돼. 아니, ...이 세상에 사는 민족은 일본인만이라면 돼! 하하하!!"
준스케는 인간 같은 얼굴로 웃었다.
모리모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직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이 가가대소가 끝날 때까지 견디었다.
그리고 기침. 심하고 약한 기침.
의사에 따르면 이시하라 준스케는 기관지염를 앓고 있다고 한다. 겉모양은 무서운 인간 같은데, 실은 약한, 야윈 남자다. 여기서 준스케를 죽이기는 쉽지만, 그러면 어떤가? 새로운 이시하라 준스케가 나타날 뿐인데.
이 세상에서는 살기는 현명한 길이 아니다.
폭발로 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 텐데. 죽음을 모면하여 살아남고 만 자는 훨씬 더 끔찍한 마지막을 찾아야 한다.
타치카와에는 그런 사람 밖에 없다.
파리 무리가 굶주려서 죽은 시신 주위를 날고, 까마귀가 쪼아 먹으러 내리다 하얀 뼈로 만든다.
그래도 누구나 살아남기 위해 서로 도으려고 하기는커녕 자신보다 더 약한 자를 덤벼들어 빼앗기만하고 있다. 외국 침략을 막으라고 외치며 나라안의 강도나 살인도 말릴 수 없다.
정부의 정책이 그걸 추진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선 옛날부터 자기책임론이 성행했다. 한결 나빠지는 사회를 바꾸려 마주선 남을 냉소했다.
예술도, 문학도, 애니도 만화도 사람에세 다정한 마음을 기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약육강식. 살 수 없어도 그건 자신의 짓.
사회에 줄곳 시달린 끝에 짓을 하면 그 사람이 나쁘고 사회가 나쁜 것이 아니다.
아무도 도우러 갈 필요는 없다. 사회 정의 따위 내버려도 괜찮다.
이 최악인 결과는 이것이다.
그 원인은 백성의 노력이 모자랐던 탓이다.
모리모토는 그게 틀린 생각일 줄 알고 있었다. 근데, 알면 어떤가? 더 절망할 뿐.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모리모토는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에 돈다.
고함을 힘껏 지른 뒤로, 어언간 정신을 차린 준스케는 한정하게 말했다.
"나는 케이타님을 죽인 것을 후회하지 않았어. 난 그 분의 의지를 따라 여기에 있으니까."
야수오는 논박해도 소용없으리라 여기게 되었다.
아이고, 이 남자는 현실을 보지 못한다.
"너는 가도 돼. 매국분자 리스트를 정리해라. 나는 규슈에 있는 함대 재편에 대해 논의해야 할 테니까."
속마음으로 한탄. 이런 짓을 거듭하기 따위 벌써 필요없는데.
모리모토는 긴 낭하를 걷기 시작했다. 역시 고칠 부분을 내버려 두고 먼지가 붙은 지저분한 공간이었다.
그때 마침 옆에 큰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에서 솟아 있는 드높은 빌딩에서 훌륭한 여성 소리.
"애국주간입니다! 우리나라를 위협하는 적을 죽입시다!"
"영원한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합시다. 이시하라 준스케 구세주님 만세!"
치안을 백성에게는 전쟁이 끝났다는 건 알리지 않았다. 그런데 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빌딩은 얼마후 국가를 흘렸다. 이런 곳에서 듣는 국가보다 미운 노래가 있는가?
뿌연 유리창을 통해 그는 시가를 바라보았다.
멀리 늘어선 건물에서 뻗어 빽빽하게 떠오른 국기. 이웃나라를 미워하라고 선동하는 더러운 말을 실린 현수막.
조금 전은 아무도 못 봤던 광경.
희망을 지니는데는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다시 모리모토는 스스로 조롱했다. 나는 죄인이다. 죽어야 마땅한 악인이다. 그래도 모리모토는 죄악감을 지우는 양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게 내 짓이 아니야. 조상이 잘못 사라온 탓이다. 오랫동안 쌓인 한과 증오는 일본만이 아니라 온누리를 부수려고 한다.
모리모토는 자기 실무실에 돌아갔다. 준스케가 있는 방과 같이 어두웠다. 정부기관으로서 만들어진 건물이 아니라서 마땅하지만. 깃발과 초상화, 필요없는 상자나 찬장으로 가득한 너저분하고 좁은 방이었다.
싫은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벽이 얇은 허름한 건물이라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미치는 불쾌한 소리에 귀를 막으며, 모리모토는 이 책임을 백성에게 내밀기로 했다. 그들은 어리석다. 그런 백성들이 역사를 만들다니.
그러고 나서 저 아나운스가 들리지 않게 되자 책상 위에 쌓인 서류에 읽으면 저 악법에 따라 일반 시민의 살해를 허락하는 사인을 했다.
이게 정치라고 하는가? 흡사 아이들의 놀이다.
그 작업도 끝나자, 모리모토는 위자에 낮잠을 자기도 했다. 아무튼, 세상에 버림받은 이 나라에서는 끝을 기다리기 밖에 할 일이 없으니까.
어딘가에서 총성과 비명이 들린다.
밖에는 솟아 있는 일장기가 휘날리며 이 섬에 죽은 사람의 피를 마셔 새빨간 해를 올리고 있다.
그날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