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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용사가 될 수 있을까?  作者: 幽霊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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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 그 설명에 대해 – 02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청소를 마치고 주방에 있는 인덕션 위에 프라이팬을 놓았다.


“하~암.”


동시에 여전히 가시지 않는 피로 때문에 하품했다.


“보자.”


나는 냉장고에서 로타가 준비해준 고기를 꺼냈다. 미리 썰어두어서 접시에 옮기기 편했다.


“어디 보자~ 달걀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달걀도 두어 개 꺼냈다. 인덕션을 켜고, 좀 있다가 달궈진 프라이팬에 고기를 올렸다. 그러자 사람의 식욕을 자극하는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졌다.


“크! 그래~ 이 소리지.”


내 콧노래에 반주가 되어주는 듯한 이 소리. 곧바로 흥에 겨워 남은 공간에 달걀도 깼다. 고기에는 후추와 소금을, 달걀에는 약간의 소금 간을 하며 생각했다.

‘혁이는 뭘 먹고 있을까나?’

내 동생 혁이는 당분간 기숙학교에 있을 거라고 했다. 말로는 조만간 시험을 치러야 해서 그렇다고 했지만, 분명 움직이기 귀찮아서 기숙학교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속셈이다. 나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알아서 잘 챙겨 먹겠지?”


챙겨주지 않으면 아예 안 먹는 녀석이다. 덕분에 예전에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했을 때, 저체중이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나나 동생은 부모님을 닮아서 키가 컸다. 특히 혁이는 중2 막바지에 키가 180을 넘었다. 키는 그렇게 큰데, 잘 먹지 않아서 저체중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정상 체중이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내가 직접 체중을 본 건 아니지만, 겉모습이 예전에 비해 훤칠해졌다. 특히 배에 식스팩이 생긴 데다 근육이 많이 붙었다. 몸집도 거의 나만큼 커졌다. 이곳으로 전이되지 않았으면 길거리 캐스팅으로 모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충분히 익은 것 같은데?”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고기를 깊게 찔러보았다, 느낌상 익었다 싶어서 바로 인덕션을 껐다. 그리고 달걀부침과 함께 고기를 접시에 옮겼다. 꽤 전부터 고소한 냄새가 내 코를 간질였기에, 입안에는 진즉에 침이 고여있었다.


“어우.”


감탄사를 내뱉는 동시에 촐랑거리며 식탁에 접시를 옮겼다. 그리고 발걸음을 인덕션 방향으로 옮겼다.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을 인덕션에서 싱크대로 옮겼다. 그 뒤에 옆에 있는 티슈를 몇 장씩이나 뽑아 프라이팬의 기름을 닦았다. 곧이어 찬물을 틀어 프라이팬을 달군 열기를 식혔다.


“그럼~ 밥을 먹어볼까나~”


흥얼거리는 콧노래 반주에 맞춰 촐싹대며 식탁 앞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귀신같이 초인종이 울렸다. 그 소리에 나는 입술에 힘을 주며 입을 앙다물었다. 누굴까 하고 갑자기 생긴 호기심에, 수수께끼를 맞춰보려 하니 다시 초인종이 정신없이 울려댔다.


“아…….”


그 사람이다. 이 박자, 이 리듬감. 이거 100% ‘공무원’이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가요! 가! 그만 좀 눌러요! 제발!”


체념 반, 짜증 반 섞인 목소리로 외치며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입으로 투덜대는 한편, 빠르게 문 앞으로 다가갔다. 한편, 상대방은 여전히 신나게, 리듬감 있게 초인종을 눌렀다. 이쯤에서 나는 무언가를 눈치챘다.

‘가만, 누나만 오셨나 보네?’

하긴, ‘아저씨’가 같이 계셨으면 이 짓거리를 하게 두지 않으셨을 테니까 말이다.


“아! 제발! 그만 좀 누르라고요!”


나는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문을 열며 외쳤다. 곧이어 나를 맞이한 사람은 흑발의 포니테일 헤어스타일, 거기에 검은 정장을 입은 ‘누나’였다.


“욥!”

“욥은 얼어 죽을 욥이에요? 맨날 올 때마다 정신이 없어.”

“그럼, 엽!”

“와~ 진짜. 아저씨가 안 계신 걸 다행히 여기셔야 할 것 같네요.”

“당연하지! 선배가 계셨으면 진즉에 꿀밤! 딱콩! 하고 맞았을 테니까!”

“엄지 척은 얼어 죽을! 그걸 아시는 분이 이러세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누나는 내 말을 무시하며 집에 들어섰다. 가볍게 검은 구두를 현관 앞에 내팽개치고는 낮고 큰 테이블이 있는 거실에 앉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아침 먹으려던 참이었어?”

“네. 소란스러운 누구 씨 덕분에 못 먹고 이러고 있지만요.”


나는 웃는 얼굴로 이를 갈며 답했다. 그러자 누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꾸했다.


“삭막한 집에~ 이처럼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으면, 아침이 더욱 별미가 되지 않을까?”

“으음~ 저는 제 여자친구만 있으면 매 끼니가 별미더라고요~ 웬 이상한 ‘공무원’이 아니라!”

“에이~ 그러지 말고~! 그것보다 그 귀여운 단발머리 아가씨는? 오늘은 안 왔어?”

“하……. 일이 있으니 안 왔겠죠. 그리고 아침에는 걔도 바쁘다는 걸 아시면서 이렇게 찾아오신 분이, 무슨.”

“어머나……. 그럼 이 집에, 지금 너와 나뿐?”

“아, 제발! 오늘은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태연 누나!”

“으음~! 누나 시로잉! 그냥 태. 연. 이라고 불러줘잉~!”


‘아.’

머리가 아프다.


“무슨, 200살이 넘은 사람한테 누나라고 하는 것도 많이 봐준 건데.”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여자한테 나이란, 목숨과도 같은 거니까.”

“놀고 있네.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이게 뭔 개~소리야!”

“오! 태왕사X기 흑X의 드립! 드립력이 늘었어~?”

“아, 받아주는 것도 한 번뿐이니까, 본론으로 얼른 들어가요. 그것보다, 100세기에 사는 사람이 21세기 드립을 치다니.”

“에헴! 요새는 레트로 열풍이라는 거! 사실 오래전부터 열풍이라는 거!”

“와~ 거기 사람들은 할 짓이 없어요? 무슨 짱X의 어른제국의 X습이야?”

“어! 나 그거 보려던 참인데! 재밌어?”

“쫌! 본론만! 본론만~~~!!!”


이 시끄러운 사람은 집채로 전이된 우리 가족을 도와준 ‘공무원’들 중의 한 분이시다. 이름은 하태연. 내가 살던 세계, 누나의 말로는 행성 S-0004001 = 지구의 제0선에, 뭐, 몇 차원? 하여튼 내가 살던 현재보다 훨~씬 미래에서 온 공무원이라고 했다. 본인 소개를 할 적에, ‘뜨겁고 HOT 한 여자! Hot! 태! 연! 이에요!’라고 자기를 설명하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크흠. 그럼, 느긋하게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해볼까? 나는 찐하게!”


누나의 말에 나는 웃는 표정을 유지한 채로 입을 앙다물었다. 곧 한숨을 내뱉으며 요청대로 물을 끓이러 주방에 갔다.


“아, 오면서 네 식사도 갖고 와! 다 식겠다.”

“어우, 짜증 나.”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어서, 나는 작은 목소리로 투덜댔다.


*


“음~ 역시 미니미니민이 표 커피는 언제나 맛있네!”

“오늘은 무슨 일이에요?”


나는 테이블에 앉아 젓가락으로 접시를 비워나갔다.


“당분간 찾아올 일은 없을 거라고, 그렇게 말한 게 한 달 전이었는데.”

“에이~ 미니미니민이~ 가 보고 싶어서 왔지용!”


그 말이 끝나자마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누나는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알았어~ 알았어! 자! 여기! 혁이 녀석이 최근에 배우는 수업목록! 그리고, 너의 다음 트레이닝 프로그램.”

“어? 벌써 알아보셨어요?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우리 미니미니민이의 부탁인데,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고마워요, 누나.”


칭찬을 건네자 누나의 코 평수가 넓어졌다. 벌름벌름.


“으음! 더욱더! 나를 칭찬하라!”

“와, 짜증 나.”


이런 내 반응에 누나는 더욱 크게 웃었다. 나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워요.”

“음, 그래.”

“혁이 녀석. 도통 무슨 수업을 받고 있는지, 뭘 하는지 잘 얘기를 안 해줘서 말이죠.”


나는 내 고민거리를 털어놓았다. 내 얘기를 들은 누나는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돼?”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죠. 걔 나이에, 부담이 많이 될 텐데.”


이 말과 함께 나는 고개를 떨궜다. 동생이 무의식적으로라도 느낄 책임감의 무게를 생각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네가 살던 곳에서는 만 19살이면 성인이지? 여기서는 만 15살이면 성인이고. 주위에서 녀석한테 기대하는 거 같아서 걱정되는 거라면, 그러지 않아도 돼. 너희 부모님도 이것저것 생각하시고 나서 조건을 건 거니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어 누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면서 커피를 홀짝이며 말을 이었다.


“뭐, 내 쪽에서는 200년은 살아야 어른으로 쳐주니깐, 너희나, 여기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이 들긴 하지. 원래대로라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던 너희에 대해서도, 마왕이라는 위협적인 존재가 있는 이곳의 사람들에 대해서도 말이야.”


누나는 다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서는 말했다.


“하필이면 여기의 마왕은 파괴주의적 성향이 강하니까. 옛날 동화 속에 서나 나오는 악의 마왕이라는 걸 나도 처음 봤거든.”


그런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다시 들으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부모님께서 그런 것들을 상대해야 한다니. 기분이 조금씩 우울해지는 것 같아 나는 이야기의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께서는 잘 지내시나요?”

“음? 응. 그럼. 요새는 바쁘셔서 못 오는 것뿐이지, 별일 없으셔. 아마 이번 여정이 끝나시면 집에 오실걸?”

“흠, 좋은 소식이네요. 슬슬 부모님을 보고 싶었던 참인데. 아마 혁이도 많이 기뻐할 것 같네요. 그런데.”

“음?”


누나가 커피를 홀짝이다가 나를 쳐다보았다. 그에 나는 뜸을 들이다, 조금 전부터 품게 된 의문을 새로운 화두로 삼았다.


“이번에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너무 빠른 것 같아서요. 저야 뭐, 강해지니 좋지만, 꼼꼼한 아저씨의 성격으로는, 아직 제가 전 단계의 트레이닝을 마치지 못한 걸 아실 텐데, 벌써 새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주셔서 좀 놀랐어요.”

“음, 그게…….”

“혹시, 제 몸, 마력이나 기력이, 그 외에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는 건가요?”


나의 이런 걱정을 들은 누나는, 처음으로 찻잔을 테이블에 돌려놓았다. 그리고 웃음기가 전혀 없는 진중한 얼굴로 답했다.


“전혀 그렇지 않아. 단순히 네 실력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서 그런 거야. 네가 걱정하는 일은 아니니까, 네가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해.”

“정말로, 문제없는 거죠?”

“그래.”

“그럼, 저 말고도 제 상태에 대해 아는 사람이, 누가 더 생겼나요?”

“음.”


누나는 내 질문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곧이어 눈을 뜨고선 웃으며 이야기했다.


“없어. 이 문제는 너와 나, 그리고 선배만 아는 일이니까. 걱정할 것 없어.”

“로타와 동생도, 제 부모님도 모르는 일이죠?”

“그래.”


내 불안은, 누나의 그 말을 들은 뒤에서야 비로소 한결 나아졌다.


“하~ 다행이다. 먹은 게 체할 뻔했네요.”

“뭐야~ 그게 걱정이었어?”

“그럼요. 제가 걸어 다니는 ‘폭탄’이라는데, 가족과 여자친구가 그 사실을 알면, 걱정할 게 뻔하니까요.”

“으이구! 넌 네 동생보다 너나 더 잘 챙겨! 참.”


누나는 갑자기 손목시계를 살피더니 황급히 일어섰다.


“가봐야겠다. 곧 있으면 네 여자친구가 올 시간이니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보다.


“네. 엄마하고 아빠한테는 안부 좀 전해주세요.”

“그래~”

“그것보다 아저씨는 오늘 왜 안 오셨어요?”

“선배는 오늘 휴가야. 아마 가족들이랑 놀러 갔을걸?”


좀 서운한 표정을 짓는 누나를 보며, 나는 입맛을 다셨다.


“하긴. 이런 데서 일하시는데, 휴가 정도는 가줘야지.”

“그렇지?! 근데 나만 휴가 없이 일이라니…….”

“누나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증거죠.”

“아냐, 아냐. 그런 거 요 만~큼도 필요 없어.”


그 말에 나는 빵 터졌다.


“그래요. 그럼 담에 봬요.”

“응! 그럼 다음에 보자! 호잇!”


누나는 이상한 동작을 취하고는 핑거 스냅과 함께 사라졌다.


“걸어 다니는 폭탄……인가.”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이럴 시간에 트레이닝이나 하자~”


그래. 이럴 시간에, 트레이닝이나 하며 잡념을 날리자.

유령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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