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별바다에서 흘러서
어둠캄캄한 검은 색의 바다를 건너는 우주선 한 개가 떠 있었다.
우주선은 모조리 해로운 방사선을 반사하는 은색 갑옷을 입었다.
추운 색깔로 덮히며 넓고 고요한 방 안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하나는 늙은이, 하나는 아이였다.
둘 다 표정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진짜 그들은 이 공간에 갇히며 졸곳 이야기해서도 영 싫증이 안 났다.
둘은 온갖 이야깃거리에 대해 의논을 나누어왔다. 특히 과학 기술이 이야기가 둘의 입을 통해 떠올랐다.
인류가 지구를 벗어났다가 여러 행성에 이주한지 오래다. 그들은 조상이 지구에 태어난 것을 지식으로 알고 있던데 지구에 간 적이 한번도 없었다.
지구는 부자 밖에 살 수 없는 신성한 곳이 된 것으로 여겨졌다.
"지구는 파랐다고 어떤 사람이 말했다고."
"오늘 지구는 기계로 덮여서 그날 우주인이 본 모습은 묻혀버렸어요."
"슬프게도 우리는 그 말을 단순한 상식으로 받을 수 밖에 없어. 그 말에 숨은 감동을 느끼기 어려워."
선생은 한탄하듯 중알거렸다.
생도는 학생에게 물었다.
"옛날 영화 멜리에스 <달나라여행>을 함께 보지 않았나? 달의 얼굴 우주에 대해 자유로이 생각해서 꾸민 놀라운 공상 세상을! 이제 아무도 저런 세상을 다시는 만들어낼 줄 몰라."
"네, 봤습니다. 옛날 사람은 우주가 이리 위험한 걸 몰랐기 때문이죠."
"아니야. 우리가 상상력을 잃었기 때문이야. 아직도 우리는 이 우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엇이든 아는 척하고 있어. 옛날 때면 모두가 자신의 무지를 자각하기에 그런 짓을 저지를 수가 없을 텐데."
학생은 작고 좁은 행성에 갇히면서 살아왔다. 그럴 때 다행이 선생을 만났다.
노인의 신시스로운 놀라운 탄구심에 이끌려서 그는 선생을 따라 학생은 고향 행성을 떠났다.
함께 지내는 동안 여러 오해와 총돌을 되풀이하더니 둘은 서로를 존중했다. 세상에 대해 공부하는 대등한 인간으로서 깊게 알고자 했다.
선생에게는 해로하려고 하던 여성이 있었다고 하는데, 생도는 그걸 자세히 알아보고자 안 했다. 선생이 자신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외에도 아직도 이해가 못 가는 것도 많지만.
학생은 별바다를 구경하며,
"조상과 달리 우리에게 우주는 낭만적인 일이 아닙니다. 인류가 우주도 더럽혔기 때문이에요."
"깊이 알게 되면 무엇이든 낭만을 잃기 십상이지." 선생이 말했다.
"낭만을 지니는 한,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거야. 낭만을 깨부수고야 못 보이던 광경에 닥칠 수 있지."
"이미 너무나 숱한 낭만을 잃었잖아요."
"지식이 깊어지도록 상상력이 빠지기 마련이야. 피하지 못하는 아픔이야."
낭만. 이런 말에 이끌려 인류는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갓 자라났을 때 눈에 모든 것이 반짝거려 보였다. 어른이 된 후도 사람은 저 그리운 기억을 되찾으려 한다. 그게 낭만이다.
"21세기는 정말 낭만이 찬 시대더군요."
"우리는 모두 험상궂은 시대를 살아남은 아이들이야."
"21세기 사람이 알면 충격을 받는게 분명한 사실이"
"... 좋아. 오늘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나 할까."
"22세기는 발견 시대였어요. 고생한 후에 좋은 나날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기도 할 테니, 사람이 돌아갈 수가 없어진 시대라기도 한다."
선생은 서 앞에 걸었다.
"뭐가 분명한지, 뭐가 분명하지 못한지 아무도 모를 때, 사람은 답답해지며 막막한 정체로 얽힌다."
그러고 나서 컵을 손에 들다가 책상 위에 두었다.
"자, 커피를 마시자. 보다 산뜻 회화할 수 있도록."
방 한구석에 두인 커피메이커는 20세기에 만들어진 낡은 걸 보수했다고 한다. 박물관에 시신처럼 갇히기보다 이렇게 제대로 쓰이는 것이 낫다고 선생은 말하곤 했다.
선생이 짓는 커피는 언제나 진하다. 손이 서투른 게 아니고 버릇으로 그렇게 짓기 좋은 것 같다.
처음에 맛봤을 때는 미간을 찌푸린 적도 있다.
하지만 생도의 표정을 볼 때마다 선생은 "커피란 그런 음료란다." 고 몇번이나 결론을 내린다.
마시기 전에 선생이 입을 열었다.
"22세기의 대발견이란?"
"별의 소리를 이해하고 이야기할 기술을 얻은 것과, 이 우주가 수많게 나뉜 여러 차원의 하나임입니자. 특히 별과 행성이 자기 마음을 가진 것이 밝혀져서 백성은 전적으로 놀랐단 말이에요."
"맞아. 그래도 오늘까지 행성과 이야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어. 행성의 뜻을 알아보기 만하는데도 많은 비용이 걸리니까."
"죽어도 의식이 주위에 옮기 만하니 죽은 후의 세상이 없다는것을요."
"그래, 그래! 그 발견 탓에 그동안 인류 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종교 세력이 한시 큰 손해를 입었지. 그후 오랫동안 인간 생각을 이끌려왔던 종교가 재빨리 초라해져서 육체가 더 나은 우주를 구성하는데 좋은 분자가 되도록 기도하는 새로운 종교가 대두한 셈이야."
"다만, 왜 그들은 종교 따위에. 신이라는 바보스러운 이가 있을 리가 없을 텐데."
"구제다." 선생은 말했다. 그때까지의 선생 말투와 달리 약간 뾰족한 소리였다.
"나도 일찍이는 그렇게 여기더라고. 하지만 아내를 잃은지 조금 생각이 달라진 거지."
"죽은 후 모든 것이 사라진다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만일 그렇지 않으면 참 두렵잖아?"
학생은 어딘가 두려운 모양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옛날 죽음은 인류에 남은 최후 수수께끼였다. 오늘 죽음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여행 입구다.
그게 더욱 서럽다. 사람은 여러 소립자가 우연히 한시에 모인 결과자 얼도 뜻도 불과하기에.
이 우주도 결국 사람의 한평생과 같이 헛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못마땅할까 봐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죽음은 역사가 아무리 진행돼도 완전히 풀릴 수 없는, 풀려서는 안 되는 의문도 있단 밀이지."
"긴 시간을 넘어 다시한번 나는 그녀와 헤어져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더욱 내 마음은 아파졌네."
"내가 그 어수선한 기분을 흽쓸려면 시간이 걸렸어. 그때도 망가져야 하는 내 마음을 구해준 건 신으로의 신앙이었지."
"왜 신이 있는지 아닌지 사람은 고민해왔을까요? "낡은 소설에는 만일 핵전쟁이 터진 후 신도 구세주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백성은 재빨리 신으로의 신앙을 버리게 될 것이라 적혀 있었지만 너무 틀린 생각인데요. 의연히 신을 믿는 사람이 이리 가득하죠?"
학생에게는 신을 믿는 행위 따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신을 믿기 때문에 예부터 다양한 전쟁이 터진 게 아닌가?
그는 무신론자 집에 태어났기에 종교를 접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선생에게도 커피는 너무 진했을 것이다.
"어리석은 의문이다. 관측할 수 있으면 그는 신이 아닌데."
그런 것을 학생은 마땅히 알고 있다.
"억지로 그걸 풀려니 미치게 된 사람이 있어. 저승의 주민과 이야기하는 도구를 만들려니 실패한 사람도 있었거든."
커피는 아직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웃지 마. "
"나도 넋을 구하려 온갖 방법을 찾았어. 하지만 성공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 삶도 죽음도 목숨의 한시 상태에 불과하고 그 전모를 풀 수는 결코 없겠네."
모든것을 알아보고자 하는 이면 누구나 인정해야 한다.
감히 뒤지지 않은 채 버리는 편이 나은 것이 있다고.
이미 선생은 커피를 마셨지만 컵을 입에 붙인 채 고요히 어둠캄캄한 비친 창문을
"때를 바꾸고 싶은 거야. 몇번 죽어도 당신 옆에 태어나고 이 윤회를 겠다고 다짐했다."
아마 여기서 없는 사람에 아뢰듯.
학생은 놀라서 물었다.
"선생님?"
곧 정신을 차린 선생이 부끄럽게 웃었다.
"아이고, 갓 말한 건 잊게."
마시다 만 커피를 들어다보며 이야기하는 선생. 학생도 커피가 어떤 색이었는지 생각해내려고 했다.
그는 아마 블랙홀 같은 색깔이었다. 모든 것을 삼키면서 부수는 무서운 함정처럼.
"지금 풀 수 없는 문제에 대해 간단히 판단을 내리지 않는 편이 나아. 암튼 무엇을 알 수 없는지 알면 돼."
낮은 소리로 중알거린 말을 생도는 놓치지 않았다.
"그가 개인적인 것이면 특히... ."
히지만 그 말씀 뜻을 물지 않기로 했다.
이 우주가 훨씬 더 커다란 우주 일부와 같다.
여러 차원으로 나뉘어 일종의 명궁을 구성한 게 밝혀졌다. 그래도 모든 우주를 차지하는 첫째 우주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도 발견 시대이자 망각 시대라기도 해요." 조금 말씨를 바꾸어서 학생은 말을 이었다.
"이를테면 진짜 짐승을 키우기 좋다고 했지만 오늘 로봇이 대체해서 아무도 그 방법을 모릅니다.
이것도 사리진 기술입니다."
"지푸라기로 집을 만드는 기술도. 지금 집은 우린 진보 대신에 많은 퇴행을 겪어야 했군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데 성공한 사람이 30년전 있던 기록이 있어. 하지만 그 방법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아 죽었대. 만일 그때 그놈을 알았으면 기필코 찾았으련만."
언제나 발견 시대다. 발견이 곧 잊혀지는지 그대로 추억디되는지. 그저그런 차이 밖에 없다.
"저는 이 세상을 다 알고 싶어요."
"그게 큰 오류라고. 인간은 알 수 없는 걸 알 수 없는 걸로 매듭지어야 해. 그러지 않으면 끝없는 의문에 미칠 거지."
선생은 마무리했다.
"요컨대 아무리 과학이 발전되어도 수수께끼는 남고 인간은 그걸 구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