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우수
다양한 민족을 지니며 번성하던 발해민국이 이제 흔들리고 있었다.
오쿠무라 종현(奧村鍾賢)은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을 취재하다가 세상일에 대해 의견을 들으니,
"이치양(李致讓) 시대가 훨씬 더 나았다." 라며 늘 그랬다. 과연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네.
발해 수도 하얼빈은 바로 그런 요란의 와중에 있고서 신음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서 항상 휘발유를 지니는 이 나라를 줄곳 통치한 이치양 국가수석은 독재자로 제대로 다스리던 것이다. 분명 논란도 그치지 않는 인물이었는데 그가 자리잡는 동안 발해는 틀림없이 평화를 차지하고 있었다.
근데 지금은?
종현이 일하는 신문회사는 크지 않았고 고상한 의논을 다루는 회사라기도 않았다.
일본계 이민을 독자로 삼아서 실린 기사는 자주 정부를 거스르기 마련이다 - 소수파 이민인 발해 일본인이 놓인 상황을 생각하면 절로 그런 경향이 있다.
종현이 쓰는 기사도 추문이 많다. 추문이라도 평화로운 시대라면 제대로 벌 수 있겠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아무래도 좋은 기사를 쓸 틈이 없어진 것이다.
"고천원인이 모이는 카페를 취재하세. 고천원 아이돌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 너라면 해낼 수 있지."
호시노(星野) 편집장이 그에게 말했다.
"고천원인 취재 말이에요?"
처음에 종현은 깜짝 놀랐다. 우리 신문사는 그딴 굵은 정보를 실어오지 않은 게 아닌가?
"앞으로의 상황을 뚫릴려면, 고천원 정부가 어떻게 우리 일본계 주민을 보는지 알아보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잖아."
발해가 연해주 지배를 놓는 전쟁에서 고천원에 진 뒤, 하얼빈은 요란한 상황은 더욱 가속했어 보이다.
강도, 살인 등 무거운 범죄도 늘어진 것 같다.
오쿠무라 자신도 단도 발해주 시대부터 이민의 후손으로서 태어났다. 당연히 조상에게 대해는 이야기를 통해 알 수 밖에 없다. 발해주에선 일본인은 소수파가 아닌데 강자도 아니었다.
애초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정말 오랫동안 온누리에 없다. 일본국이 있었던 땅에는 지금 해동국이 있지만 그 나라도 상당히 전부터 반도인이 압도적인 지배자가 된 나라다. 게다가 일본인이
단도가 있었을 때는 단도 정부가 최대 적으로 존재했다. 누구나 단도를 거슬러 싫어하면 좋았다.
하지만, 단도가 무너진 뒤로 나라마다 독립하더니 그 머리를 맡은 자는 주로 반도인 - 한반도에서 이사한 이들 - 이었다. 일본인은 일찍이 단도 정부에 소중히 후우하더니 새로이 만들어진 나라에서는 냉혹하게 내쫓겨버렸다.
이 발해에서는 끝없이 오랑캐로서 살고 있는 것이 운명이란다.
고천원이 대륙에 닥치게 된 것은 애초에 빠져 있던 발해민국에 더 깊은 혼란을 가져왔다.
발해가 건국되어서부터 동쪽 영토에 위치한 연해주는 민족문제 때문에 극심한 분쟁이 끝없이 퍼졌다. 이치양도 이 반란을 완전히는 말릴 수 없었다.
이치양이 죽은 후, 연해주에 큰 반란이 일어난 틈을 타서 고천원군이 군사적 개입을 했다. 발해 조선 동맹군은 저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주리(滿洲里) 전투에 참패를 끽했다.
결과, 그 땅을 차지한 고천원은 러시아계, 중국계 백성을 수뇌로 삼아서 아무르국을 세웠다.
먼 옛날, 일제가 발해에 만주국을 만든 역사를 떠올렸다.
일본계주민에게 이 전쟁은 참 성가신 문제다. 고천원인과 같은 놈이라 여겨지면 안 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고천원이 발해가 앞서는 민족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안 분명하다. 그래도 이번 전쟁의 승리자인 고천원 군인이 발해인에게 배려할 수가 없다는 종현 마음에는 있었다.
그리고 곧 만나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종현은 오랜 호텔을 옆에서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
만주국 시대 세워져서부터 수많은 전쟁을 살아남은 건물이다.
하얼빈은 정당 지지자에 따라 나뉘어 있다. 이제 오쿠무라가 걷는 거리는 여당 전진당 지지자가 많이 사는 구역이다. 일찍이 단도 시대 하얼빈에는 소야사그룹 등 일본인이 세우다 경영한 뛰어난 기업이 자라잡았던 순간도 있지만 죄다 지난 영광일 뿐이다.
다른 민족 사이에 항상 긴장 상태가 있기 때문에 제가 속하는 구역 밖에 있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드물다.
단도가 적이었을 무렵이라면 이렇게 나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단도가 사라져서 독립해서부터, 질서는 바뀌고 말았다. 누구나 이 상황을 고민했던데, 차라리 이 상황을 환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 사람이 발해민국에서는 정치를 차지한 것이다. 아무 민족이라도 이기면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사와키 조상은 그 싸움에 졌을 뿐이다.
그렇다 보니 이윽고 사와키 앞에 붉은 벽을 자랑하는 높은 빌딩이 나타났다.
일본인 지지자가 많은 진보당 건물에 사람이 모여서 낮은 소리로 아우성을 치며 의논하고 있었다.
"그놈들은 헌법9조 정신을 잊었을 건가?"
"우리와 같이 일본인이라면 화(和)를 사랑해야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폭거를 저지른다니!"
모두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도 컸다.
고천원 승리 때문에 일본계 주민에게 대한 배외주의가 달구어질까 봐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하다 보니 종현은 좋은 대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요즘 하얼빈 시가에는 고천원에서의 나그네가 많아졌다. 물론 여행으로 찾아온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천원 혹은 조선국 군인이다. 거리의 여자들이 있어 보이는 고천원인이 이끌린 일도 요즘 참 잦았다.
해돋이 3길과 맞추어 나아가다가 들킨 오랜 카페애 들어갔다. 오쿠무라가 이 가게를 찾은 것도 어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안에 들어서자마자 종현 눈앞에 처음에 나타난 건 고천원 전통인 자주색 군복을 입다 바다를 건네는 하츠네 미쿠 - 일본국 시대 북해도 기업이 개발한 음악 연주 기계 - 모습이었다.
가상적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백성의 자랑스러움이 되어 이제 고천원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안에는 잘 자라난 어른과 여성만 있더니 아이는 없었다. 그런 사람이 모이기 위해 만들어진 가게라기 때문에 당연하지만.
그리고 그 사람은 방 한복판에 나도 갖 들어간 것처럼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맞이한 사람은 사와키 유키오(澤木征夫)라는 이름의 군인이었다.
엄한 눈으로 째다보는 무서운 사나이라 여겼던데 눈앞에 있는 예상과 멀리 다른 편안한 남성이었다.
보통보다 더 큰 소리로 인사했다.
"오쿠무라 종현이라고 합니다."
이제야 종현은 사와키의 모습을 잠자코 봤다.
건강하게 살이 탄 피부에 밋밋한 얼굴. 고천원 군인에 이렇게도 한정스러운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하얼빈은 추운 것 같군요. 삿포로보다 더 말이에요."
"북해도는 춥지 않아요?"
"여기는 복해도와 다른 추위가 있네요."
잠시 후, 그들은 마침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해는 영토를 빼앗겼습니다. 당신들이 옛날의 단도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거든요."
여기서 그러는 일은 참 위험하다. 그런데, 전쟁에 진 사람으로서의 입장을 고백하고 싶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닌가.
종현의 무거운 소리에 불구하고 사와키는 부끄러워하는 겉모양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나는 정부에 충성을 다하기만 하는 겁니다. 정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마침, 예상도 못한 일이 퍼졌다. 신문기자 머리속이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종현이 잘 알고 있는 여자가 갑자기 눈앞에 다녀갔다. 한순간 남처럼 종현을 얼핏 보며 갔다.
그것만이라면 종현의 마음을 손상시키지 않았겠다.
미운 고천원 병사에게 안겨 있다니!
가성옥(賈聖玉)이라는 이름의 여성과 함께했을 때가 있었다.
같이 친하게 사랑에 빠졌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남처럼 서로 떨어지고 밀았다.
아, 다른 나라 사람이구나. 그때마침 종현은 한탄하고 싶어서 죽을까 싶은 마음이었다.
조상은 분명 같은 일본인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단도의 침공이 전부를 바꾸고 말았다.
고천원과 고천원 밖의 사람은 몹시 오랫동안 서로 낯선 백성으로서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살림도 달라져버렸다.
"아무튼... ."
컵에 설탕을 들이면서 말을 잇는 사와키.
"삿포로가 시대가 바뀌었음을 깨달으면 돼요."
사와키는 죄스럽다는 표정을 띄었다.
그 신낯은 아마 억지로 명령을 찬성하는 게 아닌 걸 주장하는 모양이었다.
"고천원의 지도자는 아직도 단도와 싸우는 양으로 행동하고 있죠. 우리나라 정부는 이미 때가 바뀐 줄모를 테니까요."
사와키는 안타깝게 들리는 말투로 세상일을 두려워해 보인다. 다만 종현은 의문으 품은 채였다.
그는 두려워하는 척하는 게 있는가?
겉모양으로 이성적으로 보여도 결국 다른 나라의 사람에 불과하다.
"나는 정부의 정책을 다 찬성하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명령을 거스를 수는 없는데요. 고천원 군인이 지는 의무이니까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도 평화를 비는 겁니까요. 고천원에서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있죠. 하지만 단도와의 전쟁이 너무나 길이 이어졌단 말이에요."
그 오류를 알아볼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종현은 한탄하고 싶어졌다. 고천원을 한스러워하면 풀릴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고천원을 미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온누리가 이리 원인은 단도에 있다.
사와키는 나라에 힘을 다할 것이다.
"유키오 씨는 선비군요. 저는 유키오씨와 같이 의젓하게 행동하기가 어렵습니다. 저는 당신 같이 의젓하게 살지 못하군요."
주위 사람은 주목하지 않아 보였다.
고천원에 많은 일본인이 살고 있는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문 것이다.
그들이 여러 민족속에서 가난하게 외로움을 느끼는 것에 종현은 천천히 가치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동일한 일본인이라고 왜 할 수 있는가? 태어난 환경이 너무나 다른다.
잠시 고요히 코피 무늬를 구경만하는 사와키는 상냥한 소리로,
"발해든 조선이든 반도인이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그래도 종현 씨는 지배자 계급에 속하지는 않으세요. 여기 있어도 좋은 살림을 기대할 수는 없을 거예요."
제안한다.
"종현 씨는 고천원에 가면 어때요? 조선이나 해동에서부터 고천원에 이사한 사람을 많이 알고 있는데요."
종현은 눈을 뜨고 놀랐다.
"타고난 나라를 버리라고요? 그럴 수 없습니다."
그 말으 따라 고천원에 가면 배신자로서 불릴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하려는 백성은 적지 않아요. 이 하얼빈에도 일본계주민의 소문으로 이상을 마음먹은 분이 계시는 걸 알게 됐을 텐데요."
편집장에게는 좋은 정보일 것이다.
"저는 이 나라에서의 살림이 길단 말이죠. 이제는 외국에 이사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도 조상은 그렇게 했잖아요."
종현은 숨을 쉬었다.
"먼 옛날이에요. 저는 조상에 대해 조금도 알지 않는데요."
"...알겠습니다. 안심하세요. 저도 발해와 고천원의 우호 위해 애를 쓸 겁니다."
아무리 친절한 척하더라도 결국 침략자에 불과하다. 종현은 드문 애국심 때문에 종현은 사와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안녕히 가세요. 다시 이야기하기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사와키는 훌륭한 어른으로서 오쿠무라에게 대해주었다.
돌아가는 중에 종현은 담배가게를 찾았다. 갈등에서부터 도망치기 위해 좋은 담배를 마시고 싶었지만, 없었다. 그걸 마시면 여러 갈등을 잠시 잊을 수가 있는데 그걸 차지하지 못해서 노했다.
옛날 옛적에 단도가 반도를 벗어나지 않았으면 제가 그렇게도 시달리는 필요도 없었어야 한다.
진보당 건물 문 앞에는 어느덧 없어졌다. 전쟁이 갓 끝나서 치안이 의연히 혼란하거니와 경찰이 항상 시민의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바로 종현은 빨리 회사에 돌아가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슬슬 중국인 젊은이가 헤매지는 시간이다.
종현은 집에 돌아갔다. 쓰다버린 취재노트가 책상이나 흩어져 있었다. 어떤 결론을 내는지를 밝히는데 충분하지 못한다. 사와키 같은 서로 이해하는데 좋은 고천원인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른다. 고천원 안에 그와 같은 생각을 지닌 놈은 적을지도 모른다.
내일도 여러 사람을 찾다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런 기사를 올린다 하더라도 더욱 발해 일본인 사이에 논란을 가져올 것이다. 애초에 이 나라는 지녀왔다. 처음부터 알맞게 다스리기는 불가능했다. 이치양조차 완전히 이 나라를 지배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종현은 결국 고천원에 가겠다고 마음 먹지 않았다.
고천원인은 외국인인 자신을 환영하지 않겠다. 편견라고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종현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며칠후, 하얼빈에서 발간되는 어떤 일본계주민 대상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단도 지배에 놓인 일본인은 오래오래 고천원이 구세주로서 도우러 오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단고전쟁 때는 그건 진실이었다. 하지만 전쟁 후, 고천원이 결코 우리 발해 일본인에게 편의한 자가 아닌 줄 알아서 그런 기대는 망가져버린 것이다. 발해 일본인의 실망이 증오로 변하는 일도 시간 문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