낳고 남기고
"...이렇게 전장을 중횡무진한 남한군과 유엔군은 평양을 북한군에서 완전히 해방했다."
책을 읽는 남자 소리.
"재미없어." 현철은 한탄했다.
"다 죽어버린 사람이잖아요."
"이상하구나. 줄곳 역사를 즐거워해왔지?"
눈앞에는 거북이 같은 괴물이 앉아 있다. 왜 괴물이라고 했냐 하면 그 거북이에는 머리가 없어서 머리가 생겨야 하는 자리에 두 누런 빛이 번쩍거려서다.
"반드시 그들이 있었던 증거가 사라지거든."
거북이는 책을 잡은 짧은 팔을 올린채 방 한구석에 위차한 계단을 통해 위에 가버렸다.
"너, 옛날은 사람에게 역사 책도 읽더라고?"
"아니야. 그들은 모두 이세계 판타지만 좋아했더니까."
"아, 그런가." 거북이는 이제는 없는 사람들을 조롱하듯 웃었다.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지나간다.
하지만 현철은 한 취미가 있었다.
이 거북이 같은 괴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인격을 갖고 스스로 행동하는 장난감이지만 특수한 전지가 없어서 일하게 할 수가 없다.
전지가 없는 것이다. 현철의 전지까지도.
여기는 어떤 섬 위에 세워진 지금 허름해버린 공장. 일찍이 장난감 공장으로 쓰이던 곳이었다. 지금, 아무도 그 장난감을 만들지도 않고 사지 않지만.
생산 공간 위에 노동자가 지루한 일에서 풀리기 위한 조그마한 도서관이 있다.
현철은 인간 노동자를 위해 언제나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와다가 낭송해주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느 때부터 이 섬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른 기계인형이 모두 도시에서 떠나갔는데도 불구하고 현철은 이 섬에 머물었다. 아니, 머물 수 밖에 없었다.
현철은 이 공간에서 무의미한 하루를 무의미하게 지내왔다.
어느날, 공장이 정전해서 방안이 어두워졌다.. 요즘은 정전이 점점 늘어간 모양이다.
"이게 뭐야?" 인간과 기계인형은 동시에 놀랐다.
복구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현철의 눈에서 노란 램프가 깜빡거렸다.
현철은 계단을 내려가고 밑 계층으로 향해 걸었다.
기계인형이 늘어서 있다. 여러 형상 기계인형.
다 기능하지 않았다. 전지가 없으니까.
그리고, 현철은 죽은 동포 무리 속에 여자와 아이 기계인형을 알아채었다.
그냥 현철은 한순간 엿보고 좁은 방에 들어가다가 배전반을 조자했다.
다시 방안에 빛이 돌아왔다. 옛날 인간이 일했을 무렵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는지 기계인형은 생각내고자 했더니, 추억은 떠오르지 못했다.
설마 메모리가 허락없이 옛날 데이타를 삭제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제 고마워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
"비상등을 쓰지 않았을까?"
"그럴 필요 없었어. 나머지 에너지로 충분했어."
"너는 기계인형이라서 저명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것 말고는 해야 하는 일이 없으니까."
그때마침 생각났다. 저 여성과 아이가.
홀현히 기계인형이 말했다.
"책이나 가져와. 인간의 몸에 대한 책은 아닐까?"
"알았어. 그런데, 왜?"
"낳기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인간은 싫증이 난 소리로.
"그만둬. 어째서 네가 낳기에 대해 무는가?"
"기계인형에게 불가능한 행위라니까."
인간의 출생에 대해 흥미로웠다. 인간의 아기도 보지 못했다.
ㄱ-91은 이 공장에 예부터 있던 게 아니었다.
고향에서의 긴 도망 후 우연히 이 공장에 흘렸다.
인간은 한층더 무더워지고 물에 가라앉는 지구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이리 진화했는데 인간 사이에 아직도 문제가 일어났다.
언제까지 인간이라는 종을 잇는가?
옛날의 인간을 그만두면 갖가지 문제가 풀릴 걸까?
이렇게 반출생주의 주장이 횡행하게 되었다.
"낳으라"와"낳지 말라"는 큰소리가 그 어디든지 들려서 심지어 증오로 가득한 싸움이 퍼졌다.
ㄱ-91은 바뀌지 못하는 인간의 질곡이 싫어서 그향을 벗어난 것이다. 어디로 가는지 짐작도 못하는 파란 바다를 향해 떠났다.
그런데... 출생을 둘러싼 너무 무시무시한 싸움은 이 인간이 번식 개념에 강한 증오를 지니도록 했다.
"말도 안 돼. 낳기에 대해는 가장 생각하기 싫은데 그놈이 흥마로워졌다니!"
정말로 불쾌한 과거인데 함께 살고 있는 친구 소원을 거절하지도 못했다.
그동안 현철은 읽고 싶지도 않은 책만 읽었던 것이다. 슬슬 남에게 제가 좋아하는 책을 낭송하게 하는 권리를 가져도 되리라 ㄱ-91은 여겼다.
ㄱ-91이 현철을 특히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인간 도구로서 만들어진 기계인형을 그는 인간이라기 때문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다.
그래도 현철에서 떨어지지도 못했다.
현철은 더이상 살아가지가 못했기 때문이다.
장난감 전지만이 아니라, 현철의 전지도 이제 사라졌다.
기계인형은 아이를 낳을 수가 없다. 인간조차 상대 도움이 없으면 증가할 수 없다.
이제 기계인형을 제조하는 인프라는 이 별에 남지 않았다.
고로 기계인형은 멸종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인간 존재에 절망한 ㄱ-91에게 기계인형의 약속된 멸망은 구제였다. 이 끝없이 허무한 나날에서의.
ㄱ-91이 높게 팔을 올린채 돌아왔을 때,
현철은 조금 기쁘게 물었다.
"가져왔어?"
"맞아, 여기 있어." 뼛속까지 힘든 소리로.
인간은 책 문장을 낭송했다.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주 싫지만 겉모양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현철은 자세히 책 이야기를 들어다가 점차 뭔가 슬픈 감정이 떠올랐다.
인간이 옛날의 사는 법을 버려서 그렇게 늘이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다 사라졌다.
그래서 호기심과 향수로 기계인형은 물었다.
"ㄱ-91, 너는 인간이 인간을 본 적이 있니?"
"없어."
더 궁금해져서,
"너는 인간이다. 인간이라면 출생을 봤지?"
"오랜 뜻으로의 인간이 아니야."
"나는 인간이 인간이었을 때를 몰라. 내가 태어났을 때 이미 인간은 원래 모습을 잃은 뒤였으니까."
ㄱ-91은 답했다.
"우리 고향에는 낳는 것을 여러 비극이 일어났단 말이지. 다시는 생각내고 싶지 않거든... ."
눈의 겉모양은 전혀 변하지 않던데 아픈 표정을 끝없이 포현했다.
"인간은 앞으로도 멋대로 늘 수 있지만 너희들 기계인형은 늘일 줄을 잃었잖아."
ㄱ-91은 냉철하게 말했다. 기계인형은 기필코 사라진다. 인류가 기계인형을 멋대로 만들어 멋대로 포기했다. ㄱ-91도 그 폭력적 역사를 도운 게 분명하다.
조금이라도 기계인형에 동정하면 그 사실을 왜곡시킬 수가 있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하면...?
그때, 급히 기계인형이 말했다.
"아니, 희망은 남아 있어. 낳을 수가 없더라도 남기지까지 못하는 게 아닐거야."
인간은 언젠가 죽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기계인형은 기능을 정지해도 망가지 않는 한 언제나 재개할 수가 있다.
"늘일 수는 있어. 게디가 남길 수도 말이야."
그리고, 발딱 일어서다 방 한구석에 걸었다.
"어이, 어디 갈래?"
"기계인형을 완성시키러 갈게."
"그런 일이 무엇에 이로운가?"
ㄱ-91의 눈이 무시무시하게 깜빡거렸다.
"먼 앞날, 외계인이 이 별에 와서 우리 존재를 알아챌지도 몰라. 그때 기계인형들을 깨우필거야."
현철은 계단을 내려서 다시 공간에 돌아갔다.
현철은 만들다 버린 기계인형 앞에서 한시 멈추었다.
낳을 수는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은... .
메뉴얼을 보면서 기계인형의 팔이나 손을 불완전한 몸에 꽂기 시작했다.
인간은 낮은 소리로 증알거렸다.
"그럼, 하면 돼. 남이 부수지 않는 한 무엇이든 자주 잘 남겠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