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학연구소
일본학연구소는 평안시(平安市)의 환전동(丸田洞)에 있는 평안대학 이웃에 세워진 학술 시설이다. 여기에는 전쟁을 살아남은 갖가지 책이 있다.
타치바나 타로우(橘太郞)는 저녁부터 들떠서 거기로 달렸다.
대학시험의 합격을 붙었기 때문에 들어갈 권리를 얻게 된 것이다.
입구로 들어가자 이 시설을 관리하는 평안대학 교수 강현기(姜賢基)가 걸어왔다. 막 늙은 착해 보이는 남자.
타로우는 맑은 소리로 인사해주었다.
"잘 왔네, 타로우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너는 그 어떤 책이라도 아무리 읽어도 돼.”
"감사합니다, 강교수님.”
강현기 교수는 시설의 구조에 대해 착하게 설명해주었다. 겉모양은 작지만, 지하에는 커다란 수납공간이 있는 것이다. 벽에는 위부터 밑까지 늙은 책이 빼곡히.
욱일군이 피와 쇠로 이 땅을 더럽힌지 일본인은 우리나라라도 유산을 지키는 수단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조선인에게는 고맙기 짝이 없는 것이다.
잠깐 타로우는 걸어 다녔다.
장난기에 이끌려 다니는 중, 동갑 보이는 한 사람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상대수는 이리 물었다.
"그 말씨를 들으면 일본 분이냐?"
"맞아요."
"너, 연구하러 왔지?”
"예, 맞아요. 예부터 역사를 좋아해서요.”
남자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일본인이 여기 있다니 놀랍구나. 너희들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 역사에 먼 거라고 들었는데."
그래도, 타로우는 화를 내지 않았다.
"저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온 거예요."
강교수가 옆에서 개입한다.
"이걸, 이 젊은이를 놀리지 마. 이는 일본인이라는데 일본에 대해 배우려고 하군."
조금 주저한 후, 남자는 이름을 전했다.
"한진수(韓進洙)야. 잘부탁해." 그래도 진수는 타로우가 자기소개를 하기 전에 바쁘게 저쪽으로 떠나고 말았다.
진수의 얼굴을 보며 타로우는 엄한 현실에 이끌렸다. 여기에는 오랫동안 일본인이 찾아온 건 없었어서다.
여기에는 자기 밖에 일본인은 없다.
타로우는 자기 가족에 대한 떠올렸다. 양친은 보통 가족인데 조상이 달랐다.
아버지는 자신의 조상에 대해 자랑하게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네 할아버지는 서장군님과 이야기하고 단도군과 싸우지 않고 살릴 수 있었어."
단도군 장군 서기표가 일본원정 중에 대판으로 왔을 때, 조상은 대판을 다스리는 장로 하나였다.
"그렇게 너도 두 민족이 사이좋게 살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어. 그가 우리 소원이니까."
과연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타로우는 열심히 공부하며 여기서 있다.
하지만, 타로우는 뼛속까지는 기쁘지 못했다. 조선인이 왜 이리 일본의 책을 보관하고 있는지. 그건 결코 호의가 아니다.
최근 일본에 대한 논문을 봐도, 대다수는 조선인의 조서라며 일본인에 의한 논문은 드물다.
그들이 일본의 연구하는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일본학은 아직도 지배 도구에 불과하다.
---
북해도를 배외하는 열도가 단도 영토가 된 지 반도인은 얄도를 잘 지배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모아서 연구를 시작했다.
다른 지역과 비해서 특히 반도와 열도는 핵전쟁 전부터 깊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조심스럽게 이 나라가 핵전쟁 뒤 어떠한 파국을 찾았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지배자층은 마지막으로 결론이 났다.
"그들은 어둠을 부렸을 때도 있었던데, 분명히 세상에 빛을 가져왔다. 그래도, 그들은 급기야 자기 잘못을 거듭하고 말았다. 그들은 결국 어리석었다."라고.
그래서 조선인은 이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일본인은 뛰어난 문화를 낳았음에도 불과하고 저 참극을 막지 못했다. 실제로 핵전쟁 후 이시하라 준스케(石原淳介)가 고포한 매국분자배세법(賣國分子排除法) 때문에 많은 재일교포가 희생되었다고 한다. 그런 녀석들에게 높은 벼슬을 주어서는 안 된다!"
---
타로우는 연구소를 나간 후, 밖에서 끼니를 먹기로 했다. 비가 내려 못 내리는 하늘은 햇빛을 모조리 막고 있다.
이 열도에 질서를 가져온 단도정부 개발 뒤로, 평안시도 한반도답게 바뀌게 되었다. '부흥'을 명목으로. 지금은 대도시로 그들의 손이 닿지 못한 곳은 존재하지 않다. 단도가 북해도를 지배하는 고천원에 져서 일본주의 일본인을 간첩으로 의심스러워하게 되었을 때부터는 특히. 요즘 점점 저 시대 고생은 사라지게 되어왔지만.
무엇보다도 이 도시는 일본의 경주(慶州)다. 일본의 오랜 문화와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다. 고로 일본적인 분위기를 빼앗는 것은 영 쉽지가 않았다.
바로 열도 한복판에 위지하는 이 도시라기 때문에 단도는 일본의 다른 도시보다도 평안을 조선식으로 개조해야 하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거리에는 방정환로(方定煥路), 이상로(李箱路) 등 조선의 고상한 작가 이름에 비롯된 길이 가득하다.
타로우는 윤동주로에 어떤 주막을 찾았다. 여기는 일본인도 자격을 구해 자주 흥청거리러 찾아온 번화개 거리다. 일본국시대 때 에비스가와로 불렸던 길이다.
변화무쌍하게 쨍하는 전등빛이 장사의 혼을 부린 문장을 새겨 있다.
"남국처럼 쾌적한 나날을 살지 않습니까?"
아리따운 조선어로 유혹하는 여성 소리.
"탐라호텔에서 미처 겪지 않은 살림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커다란 화면에 비치는 호화로운 방의 동영상.
이상로에는 이러한 광고가 가득 차 있다. 그래도 광고를 내민 기업의 대다수는 반도 자본이다.
타로우가 앞으로 갈 곳은 윤동주로 한구석에 있는 주막이다. 간지가 나서 분위기가 좋는 가게다.
드디어 주막에 도착하여 문을 열어 안에 가더니, 앞서 만난 남자가 앉아 있다.
놀랍게도 타로우가 우선 그에게 물었다.
"진수군이에요?"
"그때 일본인이지?" 진수는 사냥하게 물었다.
"여기 와. 사람이 적어서 길이 이야기할 수 있어."
조용한 주막 안에서 무심코 두 사람은 또 잠자코 서로 보았다. 그런데 타로우는 굳은 표정을 지닌 채 아직 서 있었다.
"왜 그리 긴장하고 있니?"
진수는 친한 친구처럼 가볍게.
그래도 타로우는 진수의 속마음을 잡지 못해서 좀처럼 안심할 수가 없었다.
"나는 송림 태생인데 대구에서 자랐단다. 일본에는 몇달전에 왔던데... 비가 잦구나."
진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이 없는데, 나는 이렇게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셈이야. 근데 너, 왜 일본학을 배우려고 하니?"
"글쎄요... ."
주저하는 동안, 진수는 술술 계속 말했다.
"일본인이라면 학자가 아니라 군인이 되어 언들판에서 러시아인이나 중국인과 싸우면 될 텐데."
진수가 이래는 건 요즘 반도에서 부임한 일본주 장관의 발표 "언들판에 병역을 희망하는 자는 세금을 면제함"이라 발표한 걸 들은 적이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단도정부는 우리가 서로 미워하기 바라니까."
점차 진수는 성급하게 말하게 되었다.
단도에 의한 정복 날도 멀고, 일본인이 높은 권리를 얻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도에 살고 있는 사람의 다른 민족으로의 편견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단도 정부 밑에서는 모두가 골고루 낮은 지위에 있다.
"단도정부가 소원하는 길을 뽑으면 더 편안하게 사는 것은 분명할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홀로 중알거리는 타로우.
"그러면 안 돼요."
"뽑으면 돼. 군사병기를 개할 앞날공업이나 추직하면 더 훌륭하게 살 수 있을 텐데.”
"나는 돈이나 소문을 위해 대학에 들어간 게 아니에요."
"내가 아는 일본인이란 그런 열정에서 떨어진 현실주의자야."
"그들과 달라요."
조금 화가 난 타로우는 비로소 절개를 밝혀내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붙인 티비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일본주청의 공식방송이다.
요즘 부임한 장관의 얼굴.
"고천원의 아이누가 우리 군사기지에 공격을 가했다. 그들은 일본인으로의 의무를 포기한 가짜 일본인이다!"
당연히 타로우는 납득하지 못했다.
일본인으로의 의무란 무엇인가? 허락없이 부과시킨 것이잖아.
타로우는 싫은 고함을 이해하지 않도록,
"제가 일본을 연구하는 목적은 단 하나... ,"
라고 조용하게.
"우리 조상이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거예요. 하루빨리 일본인의 지위를 올려야 해요."
왠가 큰 소리를 지른 탓에 몇 사람이 이쪽을 바라보게 된다.
"아이누 녀석들을 없애야 한다. 그들은 도깨비라며 우리는 도깨비를 사냥하는 전사다!”
핵전쟁 전의 일본을 인기 애니를 인용하며 장관은 고함을 질렀다.
"우리 단도는 온 일본인과 함께 있다... ,"
연설이 끝나 티비가 다시한번 고요해진 후,
"그래도, 이해가 가. 나쁘지 않지."
빙그레 웃는 진수.
"취미가 아니니까요."
"네가 열정을 가질 줄 잘 알게 됐어. 그런데 너, 이름은?"
"타치바나 타로우입니다."
드디어 이름을 대견스럽게 부를 수가 있었다.
흐뭇한 기분이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에게 자기 뜻을 나타내는데에는 성공한 것이다.
짧게 먹은 뒤 소년은 가게를 나갔다.
진수와 헤어진 후 윤동주에서 머물어 걷다가 어느덧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깊이 산책에 빠지던 탓일 것 같다.
공기가 춥거니와 사방도 어둡다.
서둘러 돌아가야 해.
소년은 조금만 빠리 걸었다.
그때 부행이도 누군가와 부딪치고 말았다. 타로우는 느닷없는 총격 탓에 땅에 무너져보렸다.
"누구냐?” 짜증난 소리.
상대수는 통 취해버린 것 같다.
"빌어먹을… 멋대로 서지 마, 개새끼!”
분명히 조선인인 이 남자는 침을 뱉은 후 가버려고 말았다.
타로우는 한순간만 욱했더니 곧 냉절해졌다.
그들에게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낮은 개급에 안주할 수 밖에 없는 자는 자신보다 약한 자를 괴롭히며 만족한다. 이게 단도의 지배구조다. 저 남자도 그 피해를 당한 이라는 건 분명하다.
집에 돌아가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모님을 대판에 남겨 아직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스스로를 한탄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주막에서 흐르던 저 연설을 떠올렸다.
고천원이다. 단도에 의한 일본인으로의 교육 방침에 따르면 고천원에 사는 사람은 진짜 일본인이 아니다라 하는데, 그건 천만하다. 틀림없이 타로우와 같은 일본인이 단도의 침략을 피해 북해도에 세운 나라다. 그리고 먼 옛날 일본주와 고천원은 동일한 나라였다. 조선인에서도, 일본인만이 있는 곳에 살고 싶으면 고천원에 가면 된다고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타로우는 고천원에 떠니기보다 역사 일본주에 머무는 편이 더 나으리라 여긴다.
고천원이 일본주 주민에게 열심히 망명을 불렀을 때도 있었지만, 열도인에게 단도에 거스를 뜻이 없으리라 여기자 그 활동을 그만둔 것 같다. 다만 타로우에게는 고천원에 가고 싶은 이유가 없었다.
티비 뉴스와 신문을 통해 고천원에 대한 두려운 정보는 허다히 흘러온다. 그런 일은 타로우에게 부신감을 안겨준다.
타로우는 고천원에게는 굶주린 백성이 서로 다투고 그 증오가 단도 지배하로도 향하는 것을 날마다 티비를 통해 보고 있다. 그러면 자승자박이 아닌가?
그렇게도 위험한 나라로 도망처나오려고 하나?
아이고, 이 나라에서 생각해 고민하는 일본인으로 살면 편안함이 없구나.
타로우는 고천원에 갈 뜻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날은 언제나보다 잠이 드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제 일본인 속에는 단도에 굽신거려서 민족적인 자각을 포기하는 자마저 있다. 항상 타로우에는 민족에 상관하는 걱정이 나타나 끊기지 않는 마련이니까.
이미 일본인 속에는 단도에 굽신거려 민족으로서의 자각을 버리는 자마저 있다. 일본 사회를 훗날에 남기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 *
다음날, 타로우는 강교수와 회화하려고 평안중앙공원으로 향했다.
물론 힘들게 마련한 두꺼운 초안을 손에 들며.
타로우는 공원으로 향해 거는 동안 주위에 귀를 기웠다. 일본어가 들렸더니, 공간에 찬 조선어 파도보다 작다.
길의 끝에 붉은색으로 처바른 단군묘(檀君廟)가 퍼져 있다. 조선의 시조인 단군을 모시는 신전이자 이 평안시를 종교적으로 상징하는 건물이다.
그리고 단군묘와 겉을 나누는 양 솟아 있는 드높은 홍살문. 옛날 같이 크고 웅장한 도리이가 세워졌던 곳이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이것도 일본의 전통이 될 걸까? 그럴 리가 없다. 그게 일본인에게 행복일 리가 없다. 일본인의 이름을 걸고, 그런 짓을 허락하면 안 된다.
근데, 과거 역사를 반성하면 일본인도 완전한 피해자는 아니다. 이백년전은 오히려 일본인이 주위 나라를 침략하며 자신의 문화를 내밀었더라.
벌써 독립한 나라로 존재하였던 것조차 백성의 기억에서 사라지려고 한다. 그들의 전통을 받아들이면 이리 곤란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단도에 의한 일본지배는 일제의 조선지배보다 더 기니까.
그런데 이 나라에선 이웃나라 같은 운동도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더니... .
아무튼, 옛날에 돌아갈 수는 없다. 일본인은 일본인 손으로 앞날에 미치는 자기 길을 발견해야 한다.
이러쿵저러쿵 속마음으로 투덜투덜 하다가, 목적지 공원에 다다랐다.
강교수는 공원 끝에 열린 노점에서 미소를 지우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따근따근하는 차가 책상 위에.
"이 보리차를 마셔라.”
"고마워요.” 양손으로 받는 타로우. 하지만, 손을 뻗치니 여기에 왔을 때까지 생각난 일이 무의식적으로 동작에 나고 말았다.
타로우의 표정도 기쁘지 못한 얼굴이었다.
늙은 강교수는 소년의 속마음을 꿰뚫은 것 같다.
"네가 이 섬을 걱정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 나도 이 사화가 옳은 것으로 여기지 않아."
타로우는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반도에 있는 사람이 전부 단도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우리 반도인에게도 단도는 이상한 녀셕이니까. 반도인도 하나가 아니단 마리야."
강교수는 흡사 자책감이 있는 느낌이 난다.
주위를 엿보더니 사람들은 전혀 자기 세상에 빠져 있다. 한 사람도 이쪽을 엿보려는 자는 없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걱정시킬 뜻이 없으니까요."
"단도가 없으면 우리는 이리 쌀쌀맞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텐데... ."
"왜 그리 단도를 싫어하십니까?"
교수는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실은 내 가족은 반단도파였어. 어머니가 일본인이었어. 반도인과 협력하고 단도아 맞서 저항의 기회를 찾았었지만 결국 져서 반도에서 내쫓겼다. 그러니까 단도에는 언제나 원망이 있군.”
대단한 말이라고 타로우는 놀랐다. 비밀경찰이 들으면 어떻게 하면 될까?
타로우는 이랬다.
"... 저는 두 민족의 우호를 기도할 뿐입니다."
장래의 학자는 고요하게 말했다.
타로우가 그리 대답한 다음, 그가 도착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교수님. 벌써 다다랐니, 타로우? 자료를 숱하게 가지고 있잖아."
진수는 궁금해서 물었다.
"넌, 어떤 재량을 가지고 있나?"
타로우는 알렸다.
"'서력 2050년대 욱일군 지배하 시민의 저항에 대해' 입니다."
"좋아, 재미있어 보이잖아." 라고 진수. 교수도 공감해주는 것 같다.
진수도 장닌기에 이끄렀는지 연구 제목을 가르쳤다. "나는 아메노모리 호슈를 취재할게."
"좋네요."
웃으면서 교수가 말했다.
"이 식사가 끝나면 나와 함께 씨름이나 보러 가자."
이렇게 세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타로우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구름 바다 틈을 통해 파란색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