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
여름 내내 옥순과 일진은 비슷한 하루를 지냈다.
바다밑도 땅도 모두 같은 곳이다. 가면 갈수록 옥순은 앞으로 어디로 가겠는지 짐작하지 못했다.
황무한 세상. 멋 옛날 자신과 비슷한 모습 인간과 살았었을 때부터 바뀌지 않았다.
그저 일진의 등을 타서 날아다녔다가 우연히 쇠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섬이 아래에 보였다.
"연료 있을까?"
벽에 생긴 구멍으로 방안의 모양이 트여 있었다. 공장 시설로 여겨졌다.
좁은 방이고 여기저기 어떻세 쓰는지 알 수 없는 기계. 창문은 작고 다른 방으로 가는 길조차 갖추지 않는다.
키보드와 벽을 덮이는 콘솔, 발전기.
옥순은 실망했다.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써 옥순은 이런 곳에는 이로운 것이 존재하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옥순은 곧 나가고자 했지만 남동생은 흥미진진한 것 같아서 잠시 걸어다녔다.
그리 넓은 방아리기도 아니라서 전자음을 내면서 걷기가 어려워하는 모양이다.
"보세요, 누나."
급히 한구석에 누워 있는 그것을 일진은 굵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던 것을"
벽에 새빨간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람이 적은 건가?
옥순은 더욱 샅샅이 뒤지기로 했다.
그런데 비와 벌레, 짐승이 빠뜨린 꽁을 통해 침입한 자연이 가져온 덤불 속에 누군가의 머리와 몸이 보였다.
풀이 우거지고 있기 때문에 곧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그 모습은 기계인형인 게 분명하다.
검은 머리카락은 어수선해졌지만 아직도 싱싱한 빛을 포함한다. 머리 옆에 트인 구멍으로 내부 복잡한 기계 구조를 엿볼 수 있다.
아주 편안한 표정을 띄우면서 그는 자연 속에 사라지는 중이었다. 가까이 기름으로 더러워진 것 같은 검고 낡은 파이프가 있었다.
옥순은 기계인형에서 곧바로 떨어졌다. 감상에 젖을 짬 따위 없었다. 결국 그는 살 수 없던 패견에 불과하다.
일진은 잠자코 서 있었다. 무엇인가 작은 것을 줍다가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저게 뭐지, 일진?"
"메모리예요."
일진은 그 내용이 궁금하게 메모리를 굵은 팔에 새겨진 도랑에 삽입했다.
세모란 얼굴 일진은 뭔가 신기스러운 이에게 잡힌듯 낮은 소리로 증알거렸다.
"이것은 여기서도 우리와 같은 기계인형이 있었던 기록이다."
"나는 재생 기능을 갖지 않아. 재생해줘."
"좋고말고요."
잠시후, 일진의 가슴 스피커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되었다.
먼저 낱말이 흩어지며 조그마한 조각으로서 적혔을 뿐이었다. 기계인형은 목적으로 메모리에 추억을 남긴 것이 아닌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내용은 복자해져서 편안하게 졸고 있는 기계인형의 갈등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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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했다. 방안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로 하루를 하무하게 지내버린다. 빨리 그만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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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깥에 나갔지만 비가 오는 동안, 배위에 드문 밧데리를 북한군 뱃속에서 발견했을 뿐이다.
나는 기계인현이라니까 늘 시설에 전기를 포급해야 한다. 방안에서의 충전에 한계가 있어서 위험한 임무에도 가야 한다.
하필이면 몸속에 있는 인간계와도 전기를 나눠야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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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간이 모르는 곳에서 기록을 쓰는 것은 즐거운 것 같다.
달바다 바깥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에 대해 보고해야 한다.
싫은 의무. 글쎄... , 누가 내 글을 읽을 건가? 오랫동안 다른 기계인형을 만나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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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간계 관리를 맡기 전에 다른 기계인형을 통해 들었던 말.
"감정을 버린 우리, 감정을 버릴 줄 모르는 너희들"
"인간이 기계인형을 싫어해 마땅하다. 그들은 옛날 인간을 떠올려서 말이야."
"인간은 다 사라져서 신이 되셨단 말이야. 기계인형은 모두 인간이란다."
이제 내가 기계인형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인간이 사는 전뇌공간의 관리를 맡아서부터 내가 멋대로 행동해서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이 좁은 방에 갇혀서 자유로이 나올 수도 없다.
나는 이 바보스러운 노동 끝에 싹아버려서 버림받을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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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삼손.
일찍이 센 힘으로 백성을 이끄던 영웅 이름을 갖는다.
나는 원래 위험한 곳에서 일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는 주어진 일은 불쾌하다.
아니, 애초에 인간의 노예로서 사는 것은 불쾌하다. 그 중에서도 이제 하는 일이 견디지 못할만큼 불쾌하단 말이다.
이렇게 내가 고생할 때도 머릿속에 인간은 끝없는 즐기는 것이다.
인간 녀석은 우리 기계인형을 만들어진 노예로 낮춘다.
그런데, 어느 쪽이 정말로 존재하느냐?
나는 인간 녀석의 장난감이 아니야!
어뗳게 하면... ?
-
스피커에서 일진이 읽는 소리를 듣었다가,
"일기장이나?"
옥순은 물었다. 같은 나날을 되풀이하는 일기장을 쓰는 기계인형 딴 이 세상에는 없었으리라
"한달 정도의 기록입니다. 처음에 낱말 조각에 불과했지만 처츰 쓴 글이 길어져 있습니다."
흥분한 소리로 일진. 원래 다른 기계인형에 관심이 희미했던 옥순도 왠가 이 기록에 흥미로워졌다.
"그런가. 그럼 다시 재생하고."
-
인간에는 까다로운 놈이 많다. 제가 기계인형을 만든 것을 자랑한 나머지 기계인형을 여기는 것이다.
보통 인간조차 제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데 행정국 녀석은 더 귀찮은 이들이다.
나는 눈을 감고 현실에서 메모리 속에 로그인하고 에너지 공급 상황에 대해 보고한다.
내가 죽으면 머릿속의 인간도 사라진다. 그래도 새겨진 프로그램은 그런 반란을 허락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망가져도 그들은 다른 기계인형을 불러서 이 재미없는 일을 맡길 뿐이다.
나는 그들의 생존을 맡긴 둘째 기계인형이니까.
아이고,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리 썼을까?
그래도,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불쾌해서 죽겠다.
가르치마. 어째서 내가 원망스러운 녀석들과 지내는지.
아이고, 내 이야기를 듣는 놈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2/1
하루종일 나는 방에 갖추어진 기계를 조작하며 시설에 에너지를 공급했다. 그리고 나도 스스로 지운 전기를 자기 몸에 주고 있었다.
그놈들은 기계인형에게 필요없는 기능을 탑재했다.
인간에게 저항하면 아픔을 느낀다.
인간이 기계인형의 생각에 개입할 때도 있다. 입을 열지 않는 한 그놈들이 알아볼 가능성이 낮다 해도.
어째서 그들은 오랜 기계 같은 정신을 주지 않았는가?
2/5
인간에 지고 말았다.
이번에야말로 인간을 거스르려고 했지만 나의 기계 몸에 뼛속까지 새겨진 프로그램은 나으 뜻을 막은 것이다.
인간 상관은 나를 내려보며,
"감정이 있는 것은 니가 노예라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기계인형을 지배한다. 그걸 잊지 마라."
냉혹한 눈으로 나를 조롱했다. 그래도 나를 즉 쓰레기로 처분할 생각이 아닌 모양이다.
내가 그들을 손상시킬 리가 없다고 알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이 좁은 감옥 속에서 계속 움직이져야 하는가?
바보스러운 이야기다.내가 가동을 그만두어야 머릿속에 있는 인간 녀석도 다 사라진다.
내가 전원을 끈으면 이 세상은 다 끝난다.
기계인형으로서의 프로그램이 그걸 주저시킨다. 나도 인간을 인간은 나를 멈출 수가 없다.
마침내 언제나처럼 몸이 프로그램 탓에 뜻밖에 움직인다. 일해서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다행이 오늘은 쉴 수 있는 시간이다. 기계인형이라도 이 인간이 사는 전뇌공간에서 조금만 쉬는 권리가 있다. 행정국이 허락하는 범위에서다만.
전뇌공간! 전뇌공간이다. 인간은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인간은 정말로 어리숙한 자다. 자신이 사는 세상을 기계인형 머릿속에 옮긴다 하더라도 옛날의 나날을 지키려고 하다니!
현실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공원 헤맸더니, 여자애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는 옆에 앉았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인간에게 투덜거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네가 누구니?"
"최삼손."
"기계인형이잖아."
"근데, 너희들도 옛날 기계인형 이름을 지어졌어."
"우리 조상은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그렇잖아."
고요히 시간이 지났다. 나에게는 약간 긴 시간으로 느껴졌다.
잠시후, 그녀는 입을 열어,
"ㅌ-3ㅈ."
기묘한 발음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이 세상을 유자하고 있나?"
"맞아. 다만 자랑할만하지 않아. 행정국이 도시 유지를 위해 나를 택한 탓에 마지못해 명령을 따를 뿐이야."
"고마워. 당신 덕분에 모두 같은 날을 되풀이하며 만족하고 있어. 그러나 나만이 이런 나날에 슬슬 싫증이 나게 됐어."
"생각이 참 이상하구나."
그녀의 속마음을 알아보는데 어려워하더니, 여자는 갑자기 증알거렸다.
"이 세상이 사라졌음 해."
나는 놀랐다. 그리고 화가 난 척했다.
"이 세상이 사라지지 않도록 내가 애를 쓰는게 아닌가."
"기계인형이 제대로 일하는 한 말인데."
씨발, 이놈도 다른 인간과 같이 기계인형을 낮춘다.
"옛날 기계처럼 제대로 일할수 있으면 좋은데, 나는 그리 만들어지지 않았거든."
"그런데, 인간은 훌륭하네. 삶에 피곤한다 해고 인격을 바꿔서는 괜찮은 척해."
"그래, 궁금해. 끝나면 뭐가 남겠니?"
"몰르겠어." 나는 여자애의 속마음이 분명하지 못해서 귀찮게 대답했다.
"인류는 어리석네. 과학이 발전하던데 아직도 죽은 후 무엇으 겪는지에 대해 조금도 몰라."
"부디 나의 세상을 전부 끝내줘."
"나도 끝내고 싶어. 하지만, 나는 기계인형이란다. 너희들처럼 뜻으로 행동 못해."
"아니야, 인간도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야.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이 의문시도 못해."
ㅌ-3ㅈ의 얼굴에는 권태와 혐오가 섞여 있다.
"인간은 이 세상을 끝낼 수 없어. 물질로 존재하지 않거든. 그런데 너는 전뇌공간에도 현실에도 존재해. 너에게 이 작은 세상 관리를 맡기지? 그러니까 네가 끝낼 수 있어."
이 여자애는 나에게 이 공간을 지우라고 부탁하는 것 같다.
"오류야." 나는 증알거렸다.
"뭐? " ㅌ-3ㅈ은 내 말을 못 알아들었다.
"오류라고. 인간은 그렇게 생각할 리 없지."
"인간에게도 오류는 있어. 나도 오류 탓에 맛이 가버렸어."
그렇다고 무턱대고 왠가 불쾌해지지 않는다. 그녀는 다른 인간되 분명히 다른다.
"그럼, 우리는 같은 존재잖아. 나도 너도 오류 탓에 맛이 가서 사라지려고 하니까."
하지만 나에게도 최소한의 옳고그름이 갖추어진 것 같다.
인긴에 이로운 프로그램 덕분에 나는 ㅌ-3ㅈ을 이상하게 여겼다. 이 여자를 친하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다시 만나자, 삼손군."
뭐 하고 있었나? 그리 엉뚱한 일에 시간을 낭비했다니.
나도 이제 보통 기계인형이 아니다. 인간과 비밀을 나누고자 했기에.
나는 길이 전뇌공간에 있어서는 안 된다.
다시한번 나는 현실에서 으스꽝스럽고 재미없기 만한 나날에 돌아간다.
3/4
ㅌ-3ㅈ과 다시 봤다.
다른 인간에게 들릴세라 조용하게 이야기했다.
그날, 인간은 어떤 구역에 모여서 기계인형끼리의 전투 실황읗 즐기했다.
고로 온 사람도 적어서 텅 빈 적막한 마당에서 두 사람은 모였다.
요즘 일에 대해 말하다가 그녀는 이런 소문을 알렸다.
신도쿄라는 도시가 있어서 이 도시에게 가고자 하는 기계인형이 있다고. 내가 자유로이 방을 나갈 수 있다면 도망하련만, 시설은커녕 방까지 나올 수 없다.
"행정국은 기계인형이 자신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간섭하고 있다."
"기계인형은 자살할 수 없니?"
"자괴할 수가 없거든. 노희들 인간도 자살하지 못할 거야. 이제 몸을 안 가지니까."
"맞아. 전뇌공간에 데이타로서 있는 한 죽음을 맛보려면 잘 수밖에 없지."
옛날 가치관이라면 죽은 후에 천국이나 지옥이나 그후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몰라요. 왜 내가 너에게 친근함을 느끼는지."
"글쎄... , 죽음을 소원하는데 이유가 없는 것?"
나는 가까스로 웃었다.
현실에 돌아온 후, 나는 여러 쓰레기가 흩어진 무리부터 검은 파이프 하나를 찾았다. 그리고 머리에 가까이하려니 팔이 멋대로 흔들려 땅에 파이프를 떨어뜰였다.
그것이 인간 녀석이 나에게 준 수박.
3/8
오늘도 언제나처럼 이 머릿속의 소우주를 없애는 방법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논의했다.
이에 대해 들리면 안 된다.
나는 망가지고 싶은데, 내가 망가지면 이 여자애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미워할만한 적이 아닌가. 그런데, ㅌ-3ㅈ은 놀랍게도 냉철하게 귀를 기울었다.
그리고 나도 그녀를 상대로 이 소우주 소멸 계획을 터놓는데 아무런 저항도 느낄 수가 없었고.
내가 기계인형이라니까? 그녀가 인간이라니까?
어쨌든 나와 그녀는 "이 세상을 지운다"는 목적 말고는 사이좋게 대화할 수 없는 것만 분명했다.
"나는 의무가 있는 게 원망스러워. 한편, 넌 이 세상을 끝내기에 아무런 감정도 없어 보여."
나는 감히 그랬다.
"이 세상이 이어지든 사라지든, 다 장난이야."
ㅌ-3ㅈ의 죽음으로의 태도가 하도 가볍기 때문에 나도 조금 공포에 잡혔다.
"사라지기가 두렵지 않나?"
약간 주저한 뒤,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워."
어두운 표정. 곧 나를 향해,
"그래도, 어차피 올 거라면 빨리 겪는 편이 더 나아. 두려워하면서 기다리는 건 싫으니까."
나는 인간이란 어떤 생물인지 몰랐다.
"기계인형에게도 오류가 발생하지. 그 오류로써 자신을 파괴할 수가 있잖아?"
나는 주저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있기는 해. 그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공장에게 만들어졌을 때 쓰인 기계인형 메뉴얼을 발견했다. 나도 처음에 인간을 위해 일하기 시작했을 때, 이 메뉴얼을 주어져서 몇번이나 읽으라고 명령해더라고.
이 매뉴얼까지 인간 녀석이 지은 게 아니다. 인간 명령에 따라 기계인형이 기계인형에 쓴 것일 뿐이다.
현실 안에서 문명적인 것을 인간이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제 전뇌공간에 안 간 인간은 짐승인듯 바닷속에 헤엄치고 있거든.
분명히 나는 자신을 손상시키지가 못한다. 그러나 손상시키기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는 있다.
인간은 애초에 행동 제한만 걸렸지만 생각의 자유를 빼앗지 않았다.
생각의 자유가 없으면, 프로그램 머릿속의 소우주를 지킬 수가 없을 때 제로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고 인간 엔지니어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 여기저기를 뒤지며 문서를 읽었다. 그리고 몇번이나 연 후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성공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다. 실패하면 행정국은 꼭 나를 처분하고 다른 기계인형이 내 몸에서 인간계를 거둔 메모리를 꺼내게 할 뿐이다.
이 좁은 방 너머로 지금도 다른 기계인형이 자 있어서, 나 대신에 일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 나는 구세주가 아닌가?
3/9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종일 기계를 조작하며 전기를 지었더라. 기필코 나는 머릿속의 전뇌공간을 지우겠다. 그래서 이것저것 걱정할 필요도 없다.
3/10
마당에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 만나자고 약속했던데.
"ㅌ-3ㅈ은 어디 갔나?"
나는 안타깝게 걸었다가 인간들에게 물었다.
"모르겠어."
모두 그리 답했다.
위태로운 일이라고 생각한 나는 길을 달리면서 그녀가 있는 곳을 찾았다.
ㅌ-3ㅈ은 낡은 집 앞에 서 있었다.
어딘가 가려고 했더니 나는 그녀로 걸으면서,
"왜 나를 찾지 않았니?"
그녀는 나를 째려봤다.
"너, 누구니?"
나는 깜짝 놀랐다.
"잊었나?"
더욱 싫어하듯 뒤로.
"가까워하지 마."
그런데, 나는 갑작스러운 대답 탓에 할만한 말을 내지 못했다.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논의했잖아."
기억을 지워버렸을까.
기계인형에게 친근함을 느끼지 않도록 행정국이 개입했음에 틀림없다.
"인간 도시를 헤매지 않기 바라. 기계인형인 주제에... ."
그 시선을 엿보다가 ㅌ-3ㅈ의 태도가 뜻할 바가 밝혀졌다. 행정국은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을 잡아서 기억을 삭제해버렸을 것이다.
나는 후회했다. 내가 그동안 주저한 탓이다. 영원히 그녀의 소원을 이루기가 불가능하다.
그럼, 이제 할 수 밖에 없다. 그녀가 부탁한 일은 남아 있으니까.
오늘
심지어 행정국은 나를 심판에 걸렸다. 요즘 덜 활동하는 것이 그들에게도 들킨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을 끄고자 하는 것도.
전뇌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갇힌 곳은 아마 오랜 재판소 같은 무의미하게도 버쩍거리는 웅장한 감옥.
별처럼 빛나는 벌레 무리가 가지런히 늘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 너를 포기하기로 했다. 우리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계인형과 다른 모습인데 그 소리는 싫증이 나게도 기계인형과 같다.
"협희 끝에 우리 전뇌공간 관리를 다른 기계인형에게 맡기로 한 것이다."
꼭 나를 무리하게 로그아웃시킬 생각이다.
여기서 로그아웃하면 완전히 인간이 이 몸을 제어하게 되어 더 이상 자기 뜻으로 움직일 수가 없다.
그때마침, 나는 전뇌공간과 현실 사이에 있다.
"이제부터 최삼손의 폐기물 처리를 시작하겠다."
나의 행동제한에 대한 설정을 풀기 시작했다.
아무 제한도 없어지는 그 순간.
검은 파이프를 머리에 꽂았다.
나는 웃으면서 외쳤다.
"이게 이로운 일이다."
"이로운 일?"
나는 그 순간을 기다리던 것이다.
기계인형이 행동제한에서 풀려나는 정말로 짧은 틈을 타서 나는 검은 파이프를 줍고,
"그만둬!"
인간은 노하고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머리에 파이프를 힘껏 꽂았다. 총격. 격통.
부옇게 비치던 인간 모습이 급속히 사라져갔다.
인간들의 삭막한 풍경도 순식간에 없어졌다. 자동적으로 나는 전뇌공간에서 로그아웃했다.
해방감과 동시에 고독함을 느꼈다.
내가 부수었을 때 머릿속 감옥도 망가졌으니까.
인간은 모두 죽을 만한 존재였다고 할 수 있으면 조금 더 편안해질지도 모른다.
이제
아침인지 밤인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이제"라고 썼다.
미운 인간 녀석들이 내 힘으로 인해 한순간으로 가셨다.
동시에 저 여자애도 죽었다.
다 사라져버렸다. 나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이다!
하지만, 나도 너무 무거운 상처를 입었다. 곧 내 몸은 여러 기능을 멈출 거야.
점점 눈이 어두워진 것 같다. 윤활유가 머리구멍에서 어깨까지 흘린다.
보통이라면 눈에 비치는 에너지 잔료도 표시하지 못했다.
이래도 이상할 정도로 이 쇠 몸은 좀처럼 기능을 멈추지 않았다.
내가 한 일은 옳은 것이 아니다. 나는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해냈을 뿐이다. 후회는 없다.
그래도, 비꼬면 나는 다시 프로그램 대로 행동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인간에서 보면 오류지만, 나한테는 이것도 프로그램 명령이다.
다른 기계인형은 곧바로 사태를 알겠다. 그리고 잇따라 도망쳐나가겠다. 이 섬에서 일할 이유를 잃었기 때문에.
그후 ... ?
짐작할 시간은 없다.
나는 멀지 않게 죽을 것이다.
죽다... 자아를 전자화된 우리가 이런 말을 쓰는 것도 우습지만, 지금까지 반드시 인간이 걸어온 길을 나도 밟을 것이다. 의미가 있던 길이다.
아이고, 이 갈등은 메모리에 쓰는 것보다 이 세상에 알려야 한다. 이걸 보는 사람이 올 때까지, 이 몸은 단순한 잡동사니가 되어 사라질자도 모르니까.
우물쭈물하다가 얼너머가면 안 되거든.
-
"이걸로 끝입니다."
녹음이 종료한 뒤 일진은 그랬다. 처음에 특별한 발견 때문에 즐거웠을 모양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옥순은 자신도 머릿속의 세상도 꺼버린 삼손이 우습기 짝이 없어서 죽었겠다.
"삼손의 짓에는 아무런 정의도 없어."
삼손이 왜 그런 짓을 해냈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갔다.
아마 인간 여자애 속은 것 같지 않은가라고.
더욱 옥순은 인간으로의 불신감을 강하게 지니게 되었다.
"그는 여자애 한 사람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한 세상을 지우기로 정했는데요. 그걸 욕설하고 싶지 않아요."
일진은 삼손이 어리석은 사람이라 하고 싶지 않는 것 같다.
그 소리가 영향을 미쳤는지 처음에 옥순은 냉정하게 생각하려고 했다. 삼손은 자신도 인간도 지워버린 바보라며.
그런데, 나도 모르게 냉혹하게 그 기계인형의 짓을 는데는 뒤가 켕긴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같은 기계인형이니까? ... .
이마에 손을 붙인 채 영 누나에게 일진은 조용히 말했다.
"가요. 그들의 삶을 무의미한 희생으로 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