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베네딕트 》
내가 눈을 뜬 건 몇 시간 후일 것이다. 내 눈앞에는 성인남녀가 서서 무언가를 걱정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어머니겠지. 나의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은 심각한 안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여보... 어떡해요... 아이가 모유를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울지를 않아요... 」
「 안 울면 시끄럽지 않고 좋지 뭐 」
「 여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과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 이것들이 내 부모라고? 믿음직 하지는 않은데 "
얼핏 봐서는 고가의 물건으로 행색을 치장하고 있었다. 행색을 보니 르네상스와 중세즈음의 귀족 차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둘 다 영화에서 본 보석을 주렁주렁 달고 다닌 다던가 그러한 사치를 부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삐까번쩍한 모습보다는 수수하고 심플한 차림새랄까... 하지만 현재는 나의 이전 세계의 대한 걱정이 막연하게 떠올랐다.
" 학교는 어떻게 됐으려나... 애초에 내가 이렇게 된 걸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막연한 걱정을 하던 찰나였다.
「여보..! 우리 베네딕트가 눈을 떴어요...! 」
「 오 베네딕트 깨어났구나! 빨리 젖을 물려 」
두 성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에게 모유를 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이전 세계의 아기의 할 일을 생각 해 보았다.
" 모유를 먹인다고? 이봐... 이전 세계에서는 우유도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웁. "
내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의 어머니 되는 사람은 나에게 젖을 물렸고, 젖가슴에서 나오는 모유를 먹었다. 유제품에서 나오는 비린내가 살짝 있긴 했지만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고 먹지 않았을 때 생기는 사태를 뒷감당할 수 없기에 억지로 먹었다.
" 정말... 봐달라고.... "
☆ ★ ☆
아기라 그런지 금방 곯아떨어진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난 얼마 안되서 깨어났고 모유를 먹고 잠도 잤고 내 이름도 알았으니 이제 주변을 탐색할 일만 남았다. 몸을 이제 자연스럽게 젖혀서
젖혀서
젖혀서....
" 젖히는 것도 안된단 말이야? "
아무리 아기의 체중이어도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기는 금방 몸을 젖힐 체력이 없다. 이것 말고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3시간마다 수유하고 자고를 반복해야 한다니 이건 너무 고역이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귀족이라서 그런지 기저귀의 소재가 좋아서 생각보다 찝찝한 느낌이 덜하다.
" 계속 이런 사이클을 반복해야 되는 건가.... "
나의 현재 처지에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운명인 것을. 그리고 나의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일단 이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를 알아야겠지. "
사실상 이게 첫순위였다. 밖을 보니 여기는 약 3층에서 4층높이의 유리창이 달린 실내다. 문이 열리는 틈을 봤을때 카펫이 깔려있고 유아침대의 목창살 사이로 봐도 카펫이 깔린걸로 보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카펫의 문양은 휘장에나 있을법한 문양이 있었고 하늘색 바탕에 진한파랑색의 선으로 커다란 육망성안에 역오망성 별이 3개가 있는 독특한 형태였다.
" 내가 입고있는 옷이.... "
입고있는 옷도 소재가 꽤 괜찮은 실크계열 옷같고 나쁘지않다. 나의 처지도 극진한거같고 인생이 이전 세계에 있을때 보다는 확실히 편안하고 상전이 된 기분을 만끽할수 있어서 좋다.
" 창밖 풍경은 어떨까? "
창은 설계를 잘못했는지 좀 아래에 있었다. 그러므로 고개만을 돌려 창밖풍경을 봤다. 창밖풍경은 한마디로 얘기해서 처참했다. 사람들은 거무칙칙한 흙이 뭍은듯이 더러웠고 행색 좋은 사람은 간혹가다 지나갔다. 수레에 실려있는 농작물도 하나같이 썩은것들 뿐이었고. 집도 성한곳이 없이 다 반파되었고 사람들은 옷인지 거적대기인지 분간이 안되는것을 입고 있었다.
" 세상에... "
나는 그 모습들을 보고 순간적 으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하지만 외면한다고 외면할 게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